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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46: 성품성사 2(1554~1568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05 조회수983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46. 성품성사 ② (「가톨릭 교회 교리서」 1554~1568항)


주교와 사제는 머리와 몸처럼 유기적 관계다

 

 

성품성사는 주교, 신부, 부제로 나뉩니다. 여기서 부제를 제외하고 신부와 주교를 사제라고 합니다.(1554 참조) 주교가 미사 때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할 때, “또한 주교의 영과 함께!” 하지 않고,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주교도 사제이기 때문입니다.

 

주교는 충만한 사제직을 수행하고 사제는 주교가 행하는 사제직의 협조자들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주교 축성으로 충만한 성품성사가 수여된다”라고 가르치고 주교는 분명 “대사제직, 거룩한 봉사 직무의 정점”(1557)이라고 말합니다.

 

전통적으로 주교들은 자신들의 “봉사 임무”를 사제들에게 위임하였고, “이로써 사제들은 그리스도께 받은 사도적 사명을 바르게 수행하기 위하여 주교품의 협력자들이 됩니다.”(1562) 따라서 “사제 직무는 주교품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그리스도께서 당신 몸을 세우시고 거룩하게 하시고 다스리시는 권위에 참여합니다.”(1563) 주교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사제는 주교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주교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사제직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왕직, 예언자직에도 참여합니다. “주교 축성은 거룩하게 하는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도 부여합니다.”(1558) 주교의 이 삼중직무는 얼핏 그리스도의 삼중직무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주교의 ‘다스리는 직무’가 그리스도의 왕직이고, ‘거룩하게 하는 직무’가 사제직, ‘가르치는 직무’가 예언자직입니다. 이것을 주교들의 협조자인 사제들도 그대로 이어받아야 하며, 같은 의미로 평신도들도 왕이고 사제이고 예언자입니다.

 

군인이 총을 버리면 더는 군인으로서 정체성이 없는 것처럼 성직자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그에 합당한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껍데기만 남습니다. 천사가 본성이 아니라 직무인 것처럼(329 참조), 성품도 서품 자체가 끝이 아니라 그에 따른 ‘직무’로 완성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삼중직무를 수행하는 주교와 사제와 평신도와의 관계입니다. 사제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교회의 주교에게 서품됩니다. 그런데 주교의 안수 뒤에 선배 사제단의 안수도 이어집니다. 이는 ‘사제단으로서의 공동체성’을 드러냅니다. 전 세계 주교들이 모여 교황과 함께 교리나 윤리에 관한 규정을 공동체적으로 정할 때는 오류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인 주교단이 일치하면 그리스도의 권위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제단도 주교를 향해 일치의 목소리를 낸다면 주교는 그 목소리를 그리스도의 권위에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본당에서도 본당 사제를 향해 신자들의 일치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자들도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로 ‘… 거룩한 사제직으로 축성되었습니다.’”(1546) 주교들이 없으면 교황 혼자는 한계가 있고 주교도 사제단이 없으면 그러하며, 사제도 신자들이 없으면 그러합니다. 대리자는 신하가 아니라 협조자입니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란 책에는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체험한 여러 특이한 사례들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진료가 끝나고 모자를 찾다가 아내의 머리를 자신의 모자로 착각하여 아내의 머리를 잡아당겨 자신의 머리에 쓰려고 했던 한 환자가 나옵니다. 그는 전직 성악가였는데 노래를 부르지 못할 때는 사람과 물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을 나타냈습니다. 만약 사제가 주교에 대해 유기체로서의 머리와 몸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직무라고 여긴다면, 주교는 사제를 대할 때 마치 서로 독립된 것처럼 나와 상관없는 무엇으로 대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제가 신자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서 ‘대리자’라는 뜻은 그리스도가 머리가 되시고 우리가 몸이 되는 것처럼 머리와 몸의 관계로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책에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발이 남의 것인 줄 알고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발을 침대 밖으로 내던진 일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발을 내던짐으로 자신도 침대 밖으로 떨어집니다. 주교가 사제들을 자신의 지체로 생각하지 못하면, 혹은 사제가 신자들을 같은 몸 일부로 생각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대리자를 자신의 몸으로 여기지 않으면 자신과 교회에 해가 됩니다. 몸은 그 머리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몸이 없는 머리도 의미 없습니다. 대리자라는 개념은 이처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관계를 넘어선 ‘머리와 몸의 유기체’적 협력관계입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2월 5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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