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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주간: 가톨릭교회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05 조회수1,565 추천수0

[사회 교리 주간] 가톨릭교회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나


종교 · 정치의 상생, 인간 구원과 공동선 실현 위한 ‘은총의 교류’

 

 

가톨릭교회는 정치인들에게 봉사의 정신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활동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정치인들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독려하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의 의무다. 눈 덮힌 국회의사당.

 

 

정당별 대선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신자들의 올바른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공동선 실현을 위해 종교와 정치 상생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사회 교리 주간을 맞아 ‘가톨릭교회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나’를 주제로 교회 가르침을 정리했다.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의 한 표현이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로부터 권위와 사명을 받은 ‘교회(종교)’와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보장하고 정의를 존중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받은 ‘공권력(정치)’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교회와 공권력, 곧 종교와 정치의 상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대를 대비한 바로 지금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업이다.

 

 

성경이 말하는 정치 권위

 

성경은 정치권력이 하느님에게서 오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질서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고 가르친다. 예수님께서는 민족의 통치자들이 휘두르는 압제와 전제권력을 거부하시고(마태 10,42), 은인으로 행세하는 그들을 거부하시지만(루카 22,25) 그 시대의 권위들에 직접 반대하시지는 않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르에게 바칠 세금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고 단언하셨다.(마르 12,13-17; 마태 22,15-22; 루카 20,20-26) 이것은 세속의 권력을 하느님의 권력, 절대 권력으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암묵적인 단죄이다. 하느님께서만 인간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속의 권력은 그에 합당한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예수님께서도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보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베드로 서간의 저자는 “주님을 생각하여, 모든 인간 제도에 복종하십시오. 임금에게는 주권자이므로 복종하고, 총독들에게는, 악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벌을 주고 선을 행하는 이들에게 상을 주도록 임금이 파견한 사람이므로 복종하십시오. 여러분이 선을 행하여 어리석은 자들의 무지한 입을 막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자유인으로서 행동하십시오. 그러나 자유를 악행의 구실로 삼지 말고, 하느님의 종으로서 행동하십시오.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형제 공동체를 사랑하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임금을 존경하십시오”(1베드 2,13-17)라고 권고한다.

 

바오로 사도도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위에 맞서는 자는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렇게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심판을 불러오게 됩니다.…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자기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조세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조세를 내고 관세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관세를 내며,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두려워하고 존경해야 할 사람은 존경하십시오”라고 당부한다.(로마 13,1-7)

 

아울러 성경은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하면서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요청한다.(1티모 2,1-2)

 

그러나 성경은 모든 정치권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성경은 “인간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며”(1베드 2,17) “악을 저지르는 자에게 하느님의 진노를 집행하는” (로마 13,4) 권위일 때에만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성경은 정치권력이 인간의 양심으로 인식되며, 평화의 도구인 진리와 정의, 자유, 연대를 통해 사회생활 안에서 완성됨을 일깨워 주고 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사회적 관심」 39항 참조)

 

 

정치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어야

 

가톨릭교회는 정치인들에게 “봉사의 정신으로 인내와 겸손, 온건, 애덕 등 덕목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고, 사람, 권위와 명예,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활동해 줄 것”을 당부한다.(「간추린 사회 교리」 410항 참조)

 

가톨릭교회는 사회에서 결정되고 이루어지고 겪는 일들에 무관심하지 않다. 교회는 정치, 경제, 노동, 법률, 문화 등이 세속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인간 구원과 관련한 교회 활동에 무관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회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인간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의 위대함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기본 원칙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며 장기적 공동선을 배려하는 것에서 드러난다”면서 “건전한 정치는 제도 개혁과 조정이 이루어지고 좋은 관행을 촉진하며 부당한 압력과 관료적 타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회칙 「모든 형제들」 177-178항 참조) 그러면서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직접 알지 못하여도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치적 사랑의 활동”이라며 “어떤 이는 먹을 것을 주어 다른 이를 돕는다면, 정치인은 그를 위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정치 활동을 드높이는 숭고한 형태의 애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든 형제들」 186항 참조)

 

가톨릭교회는 정치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 정치의 정신에서 핵심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사랑’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가난한 이들이 인간으로서 무한한 존엄을 인정받고, 문화 안에서 존중받으며, 사회에 참으로 통합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서 실현되어야 할 진정한 정치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정치 공동체는 국민이 인간의 권리를 참되게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들을 온전하게 이행할 수 있는 인간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노력함으로써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간추린 사회 교리」 389항) 교회는 이를 위해 신자들에게 사회생활과 관련된 도덕적 진리들 곧 정의, 자유, 생명 존중, 타인의 권리 존중, 공동선 구현 등을 증진하고 수호하기 위해 합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정치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종교와 정치, 장벽이 아닌 다리가 되어야

 

종교와 정치는 모든 이를 향한 열린 마음을 통해서 표현된다. 종교와 정치 지도자들은 기꺼이 다른 사람의 견해에 귀 기울이고 모든 이에게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종교와 정치의 상생은 인간 구원과 공동선 실현을 위한 은총의 교류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 온갖 근본주의적 불용이 개인과 집단, 민족의 관계들을 해치는 것을 보고 있지만, 이웃 존중의 가치, 모든 다름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을 경험하고도 있다. 광신주의, 닫힌 논리, 사회적 문화적 파편화가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질 수 있게 방향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사회의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선거 운동이 치열해지면서 정치권에서 “부러질지언정 구부리지는 않는다”는 태도를 자주 본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러지지 않기 위해 구부리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강론했다.

 

삶을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완고함으로 사람들 사이에 소통 불가능한 벽을 세워서 연대를 악화시키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비록 논쟁과 다툼이 있었던 후라도 상호 이해의 다리를 놓는 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담이 아닌 다리를 세우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늘 당부한다. 종교와 정치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물을 잇는 다리가 될 때 교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2월 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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