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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51: 혼인성사 3(1606~1608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10 조회수1,075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51. 혼인성사 ③ (「가톨릭 교회 교리서」1606~1608항)


죄를 끊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혼인의 힘

 

 

교회는 혼인의 커다란 목적 중 하나가 두 사람의 ‘죄에서의 해방’이라고 말합니다. 원죄로 인한 “첫 번째 결과는 부부의 원초적 친교가 단절된 것”(1607)입니다. 반면 혼인성사로 오는 은총을 통해 “부부는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그들을 창조하신 목적인 두 인격의 일치를 실현”(1608)하게 됩니다. 혹자는 결혼해서 죄를 더 짓게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혼인성사로 오히려 죄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젊었을 때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였다가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사형 집행인은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5분을 주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러시아 황제가 겁을 주려고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사형시키느니 그들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짧은 순간에 커다란 회개를 합니다. 그 5분은 평생만큼 소중한 시간이었고 1분씩 쪼개어 많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는 형제에게 “인생은 신의 선물이고, 모든 순간은 영원의 행복일 수도 있다”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순간마다 그 5분처럼 아껴 쓰며 의미 있게 살 것을 결심했습니다. 실제로 4년간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시간을 아껴가며 종이 대신 생각으로 소설을 써서 수용소에서 나온 다음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그는 쭉 회개의 삶을 살았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책을 판 돈을 마약과 술, 도박에 탕진하였습니다. 죄에서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를 바꾼 것은 그의 아내 안나였습니다. 남편이 도박으로 모든 가산을 탕진하여도 안나는 단 한 번도 남편을 나무라거나 다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내 사랑하는 남편에게 이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괴롭고도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곧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욕망이며 통제 불가능한 어떤 것이어서 아무리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그에 맞서 싸울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가사를 다 탕진하여 더는 도박 자금으로 내어줄 것이 없자 안나는 결혼반지와 보석, 옷까지 다 내어주었습니다. 그를 욕망으로부터 탈출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도스토옙스키는 아내의 마음을 더는 아프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도박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변화시키지 못했던 사람을 한 여인의 사랑과 인내가 변화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혼인성사의 힘입니다.

 

아담과 하와, 첫 부부가 죄를 받아들임으로써 서로 반목하게 됩니다. 이를 ‘원죄’라 합니다. 대부분 인간은 이 원죄의 영향을 다 극복하지 못한 채 결혼합니다. 따라서 처음엔 상처 입은 친교의 능력으로 힘들어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혼인을 죄를 벗어나는 기회로 삼는 부부는 혼인성사로 부어지는 하느님 은총의 힘으로 그 상처 입은 친교 능력을 회복하여 조금씩 더 성숙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갑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부부가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은 혼인을 ‘수도 생활’로 비유했습니다. 죄를 끊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기회가 결혼생활이란 뜻입니다. 이를 위해 혼인을 위한 은총을 지속해서 청해야 합니다. “이 은총이 없으면 부부는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그들을 창조하신 목적인 두 인격의 일치를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1608) 기도 없는 수도 생활이 있을 수 없듯, ‘기도’ 없이는 죄에서 벗어나게 하는 혼인의 은총을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1월 9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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