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3) 인간이란 누구이고 무엇인가? 저는 세례 받기 전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하느님은 왜 에덴동산에 선악과를 심으셨고, 왜 뱀을 창조하셔서 인간이 죄지을 빌미를 만들어 놓으셨을까? 만약 선악과가 없었고 뱀이 없었다면 첫 인간이 죄짓지 않았을 것이고, 모든 인간이 원죄의 굴레에 빠질 일 없이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 텐데, 하느님은 왜 그러셨을까?’ 창세기의 인간 창조 과정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습을 닮은 인간’을 만들고자 하시며 당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지어내셨다고 합니다.(창세 1,26-27)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흙으로 빚은 먼지에 하느님의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공통점은 영적인 존재라는 점이고, 차이점은 하느님은 영 자체이신 성령이시고, 인간은 하느님의 영 일부가 육체와 합해진 존재라는 점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그리스도교는 창세기의 인간 창조 과정에 주목하며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Homo, Imago Dei)’이라고 답합니다. 인간이 하느님과 유사한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인간은 한편으로 위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를 지닌 존재입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이며 신학자였던 파스칼(Blaise Pascal)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규정하는데, 이 말은 인간이 자신의 비참함을 알고 있기에 위대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인간은 스스로를 넘어서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신 없는 인간의 비참함’과 ‘신과 함께 하는 인간의 지복’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구원될 수 있을까요? 처음 창조되어 하느님과 함께할 때 인간은 근심 걱정이 없었고, 아프거나 죽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살기 시작했을 때 인간의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이 하라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길인데, 인간은 하느님을 거역합니다. 하느님은 왜 이 세상에 선악과와 뱀을 창조하셨을까요? 창세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일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더라면, 만일 하느님이 뱀을 창조하시지 않았더라면, 인간이 이렇게 고생하거나 죽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한편으로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거룩한 존재이고, 다른 한편으로 쉽게 유혹과 죄에 빠질 수 있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창세기의 가르침은 아담과 하와 사이에 뱀이 존재하지 않을 때 에덴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뱀을 다스릴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에덴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죄 많은 세계, 고통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결국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섭리 속에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께 순종하고, 하느님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구원은 죄짓기 이전의 아담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께로 향하는 길, 진리, 생명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복과 구원=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2022년 1월 16일 연중 제2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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