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사상학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교회의 길’
본당과 온라인 사목 균형 이루고, 가정 교회 튼튼해져야 신학과사상학회는 최근 발간한 「가톨릭 신학과사상」(2021/겨울) 제85호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교회의 길’을 특집 주제로 다루며 5편의 논문을 실었다. 박준양(서울대교구, 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신부는 신앙인의 의미과 사명을 다룬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그리스도인 실존과 사명에 관한 성찰 : 조직신학적 접근’을 게재했고, 김미정(프랑스 성안드레아수녀회, 파리 예수회대학 교수) 수녀는 20세기 이후 교회 패러다임 변화를 바탕으로 쇄신의 방향을 짚어낸 ‘위기의 현재, 어떤 쇄신이 교회에 요구되나-교회 패러다임의 변천을 중심으로’를 실었다. 한민택(수원교구, 수원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코로나 시대에 주목하는 박해시대 교우촌의 공동체 삶과 전례’를 통해 신앙이 삶 자체였던 교우촌 공동체의 삶을 통해 새롭게 구축해야 할 교회의 삶을 전망했다. 정규현(서울대교구, 서강대 박사과정)ㆍ오세일(예수회, 서강대 교수) 신부는 사례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나아갈 길 :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줬다. 뤽 포레스티에(프랑스, 파리 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팬데믹과 프랑스 각 교파의 대응방식 : 가톨릭교회를 위한 기회(?)’에서 프랑스 천주교와 개신교, 정교회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을 분석했다. 저자들은 모두 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관해선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가정 교회의 복원, 온라인 대응 등의 대안이 제시됐다. 코로나19가 남긴 질문 코로나19는 교회와 신앙에 많은 질문을 남겼다. 방송 미사가 일반화되면서 ‘공동체 없이 사제 혼자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방송 미사는 미사 고유의 성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됐다. 한민택 신부는 미사가 중단되거나 제한되자 신자들이 신앙에서도 멀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그동안 전례가 신자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진 채 있었는지, 그리고 전례가 주일미사에만 한정돼 있었는지 일깨워 준다”고 했다. 박준양 신부는 역시 “코로나19 사태는 기존의 전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수행돼 왔는가를 드러냈다”면서 “전례 거행에 있어 평신도의 능동적인 참여를 숙고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는 또 감염병 대유행에 하느님은 왜 침묵하는지, 팬데믹 시대에 그리스도인 신앙생활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느님 나라 성장과 실현을 위해 교회 공동체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박준양 신부는 “코로나19로 교회의 삶과 사명에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영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통합’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김미정 수녀는 청년층 부재, 성소 감소 등은 팬데믹 이전부터 있어 온 교회 위기였지만 대안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김 수녀는 “습관화된 신앙생활, 전통적인 성사 생활을 재고해야 함을 깨닫게 됐다”며 “교회 구조 자체와 신학적 사고방식까지 성찰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공동체 미사가 중단된 시기에 한 가정이 가톨릭평화방송 TV 방송 미사를 시청하고 있다. 팬데믹은 가정 교회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촉구한다. 가정 성화와 가정 교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변화하는 교회 활동 교회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목적 회심과 쇄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받고 있다. 정규현·오세일 신부의 연구는 이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답한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목자들은 밥 먹고 회식하는 세속적 친교 대신 비대면 환경 속에서도 신자들의 영적 동반자가 돼주는 일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본당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 고해성사와 면담 등 일대일 만남을 지속했다. 인격적 친교와 돌봄을 심화하는 사목을 고심하며 신자들을 더 찾아다녔다. 위기에 적극 대응한 사목자들은 코로나19로 만남의 기회가 줄어든 대신 만남의 밀도를 높였다. 인격적 친교를 강화하고 찾아가는 사목으로 전환했다. A 사목자는 어린이 미사 때 미사 시작 30분~1시간 전에 성당 마당에 나와 아이들을 기다리며 한 명씩 이름을 불러줬다. 실내 활동 대신 본당 야외 공간에 놀이 도구를 갖추고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본당 신부가 항상 성당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심어주려 노력했고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일학교 등록 인원과 어린이 미사 참례자가 증가한 원동력이 됐다. B 사목자는 유아세례나 영유아 축복식 등 일부 성사와 전례를 신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개별 예식으로 진행했다. 본당이 정해진 일정을 공지하고 신자들이 이에 맞춰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스스로 신앙을 성찰하고 교회 안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모색한 신자들도 눈에 띈다. C 신자는 주위 신자들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반찬 나눔을 하며 자발적으로 애덕을 실천했다. D 신자는 온라인 기도 모임을 만들어 친구들과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논문은 평신도 유튜버와 프로젝트 그룹의 등장과 확대된 활동에도 주목했다. “공인된 인준 단체 외에 자발적이고 실험적인 평신도 유튜버와 프로젝트 그룹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증가했다”며 “본당 중심의 신앙생활이 어려워지고 사목적 공백이 발생하는 곳에서 일부 평신도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신앙을 유지하고 심화하며 나누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사목 현장에서 시노달리타스 실천의 자양분이 됐다. 연구에 참여한 사목자들은 자신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마련할 수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의 ‘봉사 직무와 다양한 은사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들의 빛나는 임무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논문은 “일부 본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서로 합심하고 역할과 책임을 나누고 공동 식별을 수행하며 적극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의사 결정 체계를 보완하고 더 적극적으로 사회사목 활동을 시도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시대에 기존 사목의 한계점과 개선할 부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 조사로 코로나19와 관련한 선행 연구들과의 차별점을 보여줬다. - 가톨릭 유튜브 채널 가운데 활성화된 채널 콘텐츠 중에는 대담 혹은 상담 콘텐츠가 많다. 구독자 4만 명을 보유한 ‘가톨릭 찬양크루 열일곱이다’ 채널은 신앙과 생활 속 고민거리에 대한 상담과 인터뷰로 공감 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회는 코로나19는 신앙생활의 영역을 비대면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정착시켰다. 그러나 모든 사목자가 유튜버가 될 수는 없다. 정규현ㆍ오세일 신부는 “성인 사목의 경우 모든 사목자가 기발하고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자가 될 필요는 없다”면서 “자신의 사목 일선에서 필요한 만큼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활발히 활동하는 채널을 모니터링해 사목 아이디어를 얻고, 오프라인 사목과 연계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식별하고 현실에 맞게 접목하기를 조언했다. 두 신부는 ‘위드/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사목적 제언’으로 △ 열린 본당에서 상주하며 인격적 돌봄과 영적 친교를 실천 △ 책무성과 진정성에 따른 공감 △ 동반하고 경청하며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부여)를 통해 시노달리타스 실천하는 사목을 기대했다. 박준양 신부는 “활동 양식(to do)도 중요하지만, 존재 양식(to be)의 신앙인으로 중심과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적인 사람으로 새롭게 나고자 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간의 영적 차원의 초월적 추구, 이와 연결된 통합 생태론 차원의 종합적 전망은 향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신부는 더불어 팬데믹 시기에 교회론적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정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온라인으로 미사 참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더욱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정 수녀는 “그 어느 때보다 하느님 사랑을 보편적 윤리관으로 발전시켜 교회 밖 사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방식, 행동 방식, 언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가 편협한 집단 이기주의에서 나와 열린 자세로 ‘인류와 함께하는 여정의 교회’로 거듭나기를 당부했다. 한국 교회 첫 100년의 평신도 주도적 교회사에 주목한 한민택 신부는 “함께 걷고 함께 식별하는 교회를 실현하기 위해 삼중 분리라는 장애물 곧 신앙과 삶의 분리, 전례와 삶의 분리, 보편사제직과 직무사제직의 분리를 넘어서고 고질적인 권위주의를 척결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월 16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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