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신부의 사회교리 해설] 사회교리와 용서에 대한 소고 “죄악에 젖은 인간을 회개시키고 돌같이 굳은 마음을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리적 힘도 기적도 아닙니다. 오직 사랑뿐입니다. 사랑만이 인간과 세상을 참으로 변혁시킬 수 있습니다.”<김수환 추기경,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중 그대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알아보기 – 사회교리의 목적 사랑의 문명 가톨릭 사회교리는 사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관찰하며 복음과 사회교리를 기준으로 식별하고, 신앙인으로서 맞갖은 행동을 실천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그 자체로 도덕적 신앙적 식별 원리이자, 그리스도인의 행동 지침입니다. 그러면 그 원리는 무엇입니까? 사람이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에서 시작하기에 첫 번째 원리는 ‘인간존엄’입니다. 이어서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 참여와 책임, 재화의 선용, 약자를 위한 우선적 배려를 포함한 7가지가 핵심 원리들입니다. 또한 어떤 행동을 위한 지침인가? 바로 정의와 공정을 지향하는 가운데 사랑과 나눔을 위한 지침입니다. 이를 통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룸이 바로 사회교리의 목적입니다. 존중하고 배려하고, 경청하며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가정, 본당, 지역 공동체, 사회를 사랑으로 채워가는 것이 사회교리가 지향하는 목적입니다. 심화하기 – 사회교리를 위한 중요한 세 가지 이런 사회교리를 실천하기 위해 전제돼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사회교리의 가르침을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교황청에서 발간한 간추린사회교리는 제2의 교리서로서 사회에 몸담고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사회교리의 원리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가톨릭신자들은 마땅히 이를 배워 알아야 합니다. 사회교리를 전혀 모르면 이웃과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세속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형태의 신앙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회교리를 잘못 알면 쉽게 남을 비판하거나 단죄하는 극단적 엄격주의로 흐를 위험도 있습니다. 둘째 신앙의 가르침의 실천입니다. 사회교리는 하느님의 가르침이며 신앙의 가르침입니다. 자기 스스로 기도하지 않고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은 채 사회교리를 언급하는 것은 영적 세속성, 모순과 바리사이적 위선에 빠지기 쉽습니다. 셋째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사회교리는 분명 공정과 정의를 통해 평화가 주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것을 이야기함이 상대방을 단죄하고 비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의 정의는 항상 사랑, 평화와 함께 가야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성공과 번영의 길 복수와 폭력의 길 파벌과 끼리끼리의 길.. 하지만 하느님이 보여주신 길은 겸손과 온유의 길 인내와 자비의 길 사랑과 용서의 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길이며 치유와 생명의 길입니다. <혜화동 성당 성모상> 사회교리의 가르침 – 가장 경계해야 할 미움과 증오 사회교리를 실천을 방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을 세 가지 꼽으라면,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함, 재물과 이윤의 유혹, 마지막으로 미움과 증오입니다. 상술한 대로 신앙의 가르침을 지키지 못한 채 이웃과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율배반과 위선에 불과합니다. 또한 재물과 이윤의 유혹은 욕심과 탐욕의 노예로 만들고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소들이지요.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움과 증오인데, 정의와 공정함을 이야기하며 분노와 미움, 적대감과 투쟁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은 결코 복음적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동시에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고 평화와 형제적 사랑을 이룩하는 것이 바로 사회교리의 목표입니다.(간추린사회교리 4항 참조) 레지오의 가르침 – 용서를 통해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레지오 교본 제39장에는 레지오 사도직의 주안점의 “2항 무한히 값진 영혼들을 끊없는 인내와 친절로 돌보아야 한다”에서 성녀 막달레나 소피 바라 성녀의 전기에 묘사된 용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쥴리아라는 비록 까다롭고 제멋대로이며 가난한 여인이었지만 성녀께서는 한결같은 사랑, 착한 목자처럼 영혼을 돌보는 성실함,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대했고 용서에 용서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이는 일상에서 발견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며 레지오 단원들이 깊이 묵상해야 할 용서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새로워진’ 사람들은 관계의 척도와 질을 바꿀 수 있으며, 사회 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들은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고, 미움이 있는 곳에 형제적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는 곳에는 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사랑만이 기존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간추린사회교리 4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3월호, 이주형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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