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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10: 하느님은 정말 계신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19 조회수1,394 추천수0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0) 하느님은 정말 계신가요?

 

 

‘위대한 침묵’(2005)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이 영화는 프랑스 남동부 샤르트뢰즈 산맥에 있는 ‘그랑 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을 배경으로 합니다. 오랫동안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수도원에 감독 혼자 6개월간 머물며 직접 찍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꽤 길고, 대사가 거의 없으며, 소리는 성가와 기도뿐입니다. 이 영화는 침묵의 의미와 크기를 보여줌으로써 하느님에 대해 성찰하게 해줍니다. 크게 떠들어야 잘 들리고, 자기를 드러내야 잘 보인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줍니다. 그들이 수도원에 머무는 이유는 예수님 제자로 온전히 살기 위함이고, 그래서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오직 고독과 침묵과 관상(觀想)에 머뭅니다.

 

하느님은 계신가요? 어디 계신가요? 만일 계신다면 어떻게 만날 수 있나요? 하느님의 존재를 그리스도인들은 믿고 있지만,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쉽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대표 저서인 『형이상학』의 시작에서 ‘모든 인간은 본래 알고자 한다.’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 당신을 찾고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을 심어주셨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은 본래 진리와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고, 이런 모든 노력의 끝에 하느님을 발견하고 인간의 본질을 찾습니다. 진리를 찾는 사람은 자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이미 하느님을 찾는 것이라고 에디트 슈타인 성녀는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계시는가? 예, 하느님은 분명 계십니다! 물론 인간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습니다. 본래 하느님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나 눈으로 볼 수 있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기도하는 대로 움직인다면, 그분은 하느님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원할 때 눈앞에 드러낼 수 있다면 그분은 하느님이 아닙니다. 바람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하느님은 인간의 머리로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영적이고 이성적 능력을 통해 하느님에 대해 일부 알 수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영화 ‘위대한 침묵’에서는 고독과 고요와 관상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들을 그저 조용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사는지 묻지도 않고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 사람들 역시 자기 선택의 이유에 대한 특별한 답을 누군가에게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하느님 현존 앞에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요한 1,39) 그들은, 그리고 이전에 하느님을 만났던 많은 성인 성녀들은 하느님께서 존재하심을 알고, 그분 현존 앞에 머물고자 노력했습니다. 하느님의 존재와 현존은 완전한 침묵 속에서만 들을 수 있고,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선성과 지혜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 당신 뜻의 신비를 기꺼이 알려주시려 하셨으며, 이로써 사람들이 사람이 되신 말씀, 곧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 다가가고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도록 하셨다.”(「계시헌장」 2항)

 

[2022년 3월 20일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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