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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11: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관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7 조회수1,460 추천수0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1)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관계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기록이 낫다.” 제가 신학교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기억’은 누군가의 해석과 생각이 개입하기에 대부분 주관적입니다. ‘기록’ 역시 주관적 입장이 반영되지만,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보여줍니다. 성경은 기억을 기록한 책입니다. 구약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 백성으로 선택되어 계약을 맺고, 역사적으로 체험한 구원 사건을 기억하며 기록한 책입니다. 구약의 많은 인물과 사건을 통해 역사(役事)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歷史)를 읽어가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성인(聖人)들 중 어떤 이는 흠과 단점이 많고, 때로 큰 죄를 짓기도 합니다. 구약의 4성조(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요셉)는 물론, 모세같이 위대한 성인도 결함이 있었고, 다윗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성인들은 죄에 빠지기 쉬운 나약한 인간이지만, 하느님 선택과 은총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입니다. 부르심에 응답한 후 자주 걸려 넘어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하느님께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구약에는 구원 역사가 담겨 있고, 그 중심에 모세를 통한 구원과 계약과 계명이 자리합니다. 하느님께서 온 인류의 구원을 계획하셨고, 그래서 이스라엘을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스라엘이 먼저 체험하게 하셨고,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구약성경이 이야기하는 구원 사건들 역시 ‘참된 하느님 말씀’이라고 가톨릭교회는 믿습니다. 구약에서 시작된 하느님 구원 계획은 신약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되고 완성됩니다.

 

구약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가치는 율법인데, 율법 중 ‘한 분 하느님에 대한 신앙’, 십계명, 윤리적이고 종교적 의무 등은 신약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신약이 구약에 숨어 있고 신약으로 구약이 드러나도록 지혜롭게 마련하셨다.”(「계시헌장」 16항) 그리스도께서 당신 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지만(루카 22,20; 1코린 11,25 참조), 구약성경은 복음 안에 수용될 수 있고, 신약 안에서 온전한 의미를 얻게 되며, 다른 한편 신약을 설명해 줍니다. 이처럼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서로 깊은 연관성과 단일성을 갖는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구약의 하느님 백성과 신약의 새 하느님 백성 사이에 깊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동시에 차이점 내지 신약의 탁월함이 있는데, 하느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신약성경은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가장 중요한 증언인데, 교회는 네 복음서가 사도들에게서 비롯되었다고 가르칩니다.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증언입니다. 그래서 복음서는 첫째, 사도들을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의 전달을 통해, 둘째, 교회 설립 당시 사도들의 선포를 통해, 셋째, 이후 복음서의 편집과 정리를 통해 저술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의 기록에서는 그분을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기억과 증언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도들의 역할과 위치는 중요합니다. 복음서는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루카 1,2)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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