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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교리: 성령 하느님은 누구이신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8 조회수1,716 추천수0

[생활교리] 성령 하느님은 누구이신가?

 

 

언젠가 어느 노(老) 신부님께서 성령 하느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성령은 참 불쌍해요(?).” 이유인 즉, 많은 그리스도인이 매번 기도할 때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있지만, 유독 성부, 성자에 비해 성령에 관해서는 말하기를 꺼려하고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성부는 구약성경을 통해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 그리고 성자는 신약성경 안에서 역사적 실제 인물이라는 분명한 특징과 이미지가 비교적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과는 달리, 성령에 대한 생각은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성령은 예수님을 통해 여러 번 분명히 계시되었고(요한 14,16; 15,26; 16,13 참조), 오순절 때 성령강림으로 교회의 시작을 알리며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성령 하느님은 누구이신가? 우선 가톨릭신앙의 진리가 담겨있는 신경에 따르면,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우리에게 “주님이시며 생명을”(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주시는 분이다. 곧 성령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세상 창조 때부터 세상 끝날까지 활동하시는 ‘사물’이 아닌 ‘인격적인 하느님’으로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샘을 만들어주시는”(「생명을 주시는 주님」 1항)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세례 때 물과 성령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또 견진 때 도유와 안수 예식을 통해 성령을 받음으로써 세례의 은총이 굳건해져 신앙의 성숙에 이른다. 이렇게 성령은 믿는 이들 안에 거처하시며, 그 안에서 기도하시고,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증언해주신다(「교회헌장」 4항 참조).

 

또한 성령은 성부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말씀’ 자체이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분이다. 때문에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외침처럼 오직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갈라 4,6)로,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할 수 있다(1코린 12,3 참조). 다만 성령은 당신 자신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의 활동’을 통해서만 성령을 알 수 있다. 성령의 활동은 교회 안에서, 특별히 성령의 도움으로 기록되고 전해진 성경과 성전 안에서, 그리고 성령의 은총과 간구로서 이루어지는 성사와 기도 등에서 드러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87-688항 참조).

 

하지만 성령의 활동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통해서 더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깊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 숨어 지냈던 제자들이었지만, 성령을 받은 후 그들은 온 세상을 다니며 순교에 이르면서까지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했다. 이 놀라운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제자들 안에서 맡은 바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힘과 능력 그리고 은총을 주신 성령의 활동이다!(「생명을 주시는 주님」 25항 참조). 기억하자! 제자들 안에서 이루어졌던 신비롭고 놀라운 성령의 활동, 곧 ‘성령강림’은 ‘지금’ 우리에게도 계속될 수 있다. 그러니 영적으로 사람을 살리고, 흔들고 변화시키는 성령의 은총을 청하자. “성령이시여! 새로운 성령강림과도 같이,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오늘도 새롭게 하소서”(성 요한 23세 교황).

 

[2022년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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