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2) 어떻게 기도하면 좋을까요? 기도란 무엇인가요? 쉬우면서 어려운 질문입니다. 많은 분이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마음을 하느님께 향하는 것이고, ‘지금, 여기서’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함께하심을 체험하며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간혹 어떤 분은 기도할 때 자신이 바라는 바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분이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고, 그저 신앙의 초보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내 말을 하느님이 들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내가 듣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린 후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 기도입니다. “제게 기도란 마음을 들어 올리고 온전히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며, 시련이나 기쁨의 한 가운데에서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외치는 일입니다.”(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분이나 기도가 익숙하지 않은 분은 지금처럼 하느님께 바라는 바를 청원하시고, 기도문을 외우는 염경기도나 묵주기도를 꾸준히 바치시고, 특히 그날 미사의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것을 권고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도 잘하는 것,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제자들 역시 기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때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도가 ‘주님의 기도’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께 바치는 것인데,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 주신 것, 말 그대로 ‘저자 직강’(!)이고, 기도의 핵심과 정답이 다 들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첫 부분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이고, 둘째 부분은 바람과 청원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먼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합니다. 내 뜻보다 먼저 하느님 뜻이 이 세상과 우리 안에 이루어지길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바라는 바를 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무엇을 기도하고, 청해야 할까요?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입니다.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해도 되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정말 이루어질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고 약속이니,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예수님 안에 온전히 머무르고, 그분과 함께한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Non mea, sed Tua!(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기도는 내 뜻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아버지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내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뜻대로 됐을 때 결국 더 좋은 선택과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믿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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