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66.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255항)
우리는 소중한 이웃의 노동에 빚지며 살고 있다 아아,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빚을 갚는 것은 바로 사랑을 나누는 일이란 것을. (김요한 시 ‘빚지며 사는 인생’ 중) 일상에서 만나는 노동들 사도 바오로는 몸의 지체처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연결돼 있다고 말합니다.(1코린 12,14) 그런 의미에서 사회에 다양한 노동이 있고 우리 모두는 그 노동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공감하십니까?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비롯해서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이웃의 노동을 마주합니다. 새벽부터 식료품을 배달해 주시는 분들과 출근할 때 만나는 버스 기사님, 건물을 청소하시는 자매님들과 수위실의 형제님들, 식당에서 조리와 설거지 일을 하시는 분들, 편의점에서 일하는 외국인 알바생까지 모습과 장소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노동들입니다. 또한 많은 아버지들의 노동과 집에서 이뤄지는 어머니의 수고는 가정과 사랑을 형성하는 고귀한 노동이며 머나먼 외국 땅에서 가족을 위해 외롭게 일하는 분들 또한 그러합니다. 필수노동의 열악한 현실 이처럼 사회와 일상은 이웃의 수고로운 노동으로 유지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쉴 새 없이 일해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필수노동 종사자들입니다. 의료와 보건, 교육과 보육, 치안과 안보, 사법과 행정, 식품 및 필수재의 생산과 유통과 같이 사회 유지나 생명·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서 행해지는 일을 필수노동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는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추산 약 1억3000만 명의 필수노동자가 존재하는데, 그 중 약 70%가 여성이고 대부분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저임금에 처해 있다고 보고됩니다. 국내에는 간호,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요양병원, 청소와 환경 미화, 조리와 위생, 운전과 택배 등에 걸쳐 약 330만여 명의 필수노동 종사자가 있고 그 중 일용직 비율이 40.61%에 달합니다. 이러한 노동은 대부분 고령층과 청소년, 여성과 노약자에게서 행해집니다. 또 물리적 업무와 대면 방식, 고강도 육체노동, 감정노동의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시직, 건강악화 등의 어려움까지 겪어야 합니다. 그 중에는 생계를 위해 쉴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바라보는 노동 가톨릭교회는 인간 존엄과 노동을 같이 바라봅니다. 노동에 값을 매기는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노동을 값으로만 평가하지 않으며 노동을 하느님의 눈, 신앙의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는 이웃의 노동에 빚지며 살고 있고, 그들은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며 하느님의 사람이기에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온정과 마음을 나누라고 합니다. 노동절을 맞아 노동의 참된 의미를 하느님 말씀과 신앙, 이웃사랑 안에서 되새깁시다. 서로 격려하고 감사하며, 따스함을 나누고 수고스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가 됩시다. 그렇게 서로의 인격과 노동을 존중하며 우리가 성화(聖化)되기를 기도합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재화를 가꾸고 돌보아야 한다. 이러한 재화는 인간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인간의 책임에 맡기신 소중한 선물이다. 땅을 돌본다는 것은 그냥 버려둔다는 뜻이 아니다. 땅을 부린다는 것은, 현명한 왕이 자기 백성을 돌보고 목자가 자기 양들을 돌보듯이 땅을 돌본다는 것을 뜻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55항) [가톨릭신문, 2022년 5월 1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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