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8) 가톨릭교회는 왜 마리아를 공경할까요? 가톨릭교회에는 믿을 교리, 지킬 계명, 은총 얻는 방법 세 가지가 있는데, 믿을 교리란 신자로서 무조건 믿어야 할 교리로 주로 ‘신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지킬 계명이란 구약의 십계명, 교회가 정하고 가르치는 계명들입니다. 은총 얻는 방법은 기도, 성사, 선행실천 등입니다. 믿을 교리는 주로 삼위일체 하느님께 해당되는 내용 이외에, 성모님에 관련된 4대 믿을 교리(천주의 모친, 평생 동정, 무염시태, 성모승천)도 있습니다. 성모님은 가톨릭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분이지만, 동시에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과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오직 하느님께만 흠숭을 바치고(흠숭지례), 모든 성인성녀들에겐 공경을 바치고(공경지례), 성모님께는 성인들에게 바치는 공경보다는 높은 차원의 공경을 바치도록(상경지례) 가르칩니다. 성모님은 매우 특별한 분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하느님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간혹 어떤 신학자들은 마리아를 ‘공동 구속주(救贖主)’(=공동 구세주) 내지 ‘모든 은총의 중재자’로 표현하고, 이를 믿을 교리로 정해주도록 청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초세기 교회의 교부 중 성모님을 ‘공동 구속주’로 표현한 경우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구속주’로서 마리아의 역할은 하느님의 역할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구원을 위한 마리아의 중재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에 종속된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공식 가르침입니다.(참조 「교회헌장」 60항) 성모 마리아의 중재를 포함해 예수 그리스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중재는 ‘참여적 중재’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분명 ‘하느님의 어머니’이고 ‘교회의 전형’(典型)입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완전한 하느님, 성부와 동일한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라 불리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교회의 전형인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와 이루는 완전한 일치의 영역에서 천주의 성모님께서는 교회의 전형이시다.”(「교회헌장」 63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리아론이 가톨릭교회의 공식 입장이고, 이를 따르는 것이 올바른 신앙이고, 바람직한 신심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숨을 거두시기 직전 사랑하는 제자에게 어머니를 맡기시며 이 말씀을 남기셨고, 그때부터 그 제자는 성모님을 자기 집에 모셨다고 복음서는 전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제자에게 부탁하셨듯이, 모든 사람이 당신 어머니 마리아를 사랑하고 공경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성모님은 어머니이십니다. 동시에 성모님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를 더욱 믿고 사랑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참된 성모 신심은 성모님에 대한 공경을 통해 성자께서 옳게 이해되시고 사랑과 영광을 받으시도록 하는 것입니다.(「교회헌장」 66항 참조) [2022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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