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 강생의 신비 예수 그리스도
참하느님께서 참사람이 되시다 -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참사람이심을 드러내는 강생의 신비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거룩한 표징이다. 조토, ‘동방 박사들의 경배’, 프레스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아시시, 이탈리아.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만큼이나 그리스도교 교리와 가톨릭 신앙의 핵심인 신비가 있다. 바로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강생’의 신비이다. 삼위일체 신비가 하느님께서 하나의 본성, 하나의 실체인 한 분이시지만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으로 계신다는 것을 계시한 것이라면, 강생의 신비는 하느님의 한 위격 안에 두 본성 곧 신성과 인성이 완전히 결합돼 일치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강생의 신비 주인공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강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하느님이시며 참사람이심을 드러낸 신비이며 실제 사건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거룩한 표징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강생하신 이유와 목적이 바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에 요한 복음서 저자는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주셨다”(요한 1,1.14.18)고 고백한다. 아울러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성령 안에서 아버지의 사랑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실 수 있으며, 우리를 거룩하신 성삼위의 생명에 참여토록 하실 수 있다”라고 선포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426항 참조) ‘예수’는 히브리 말로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동정녀 마리아께 나타나 주님 탄생을 예고하면서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루카 1,31)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이름은 주님의 신원과 사명을 나타낼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의 인격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에 교회는 “예수는 구원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하느님의 이름이며(요한 3,18 참조), 이제는 강생하여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시어(로마 10,6-13 참조), 모든 사람은 이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이 이름밖에 없다(사도 4,12 참조)”고 고백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32항) ‘그리스도’는 히브리 말로 ‘메시아’ 곧 ‘기름 부음을 받은 이’를 뜻하는 헬라어이다. 그리스도는 예수님의 ‘신성’을 고백하는 말이다. 천사는 베들레헴 목자들에게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며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메시아의 탄생을 알려주었다. 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요한 11,25-26)이라고 당신 신성을 스스로 밝히셨다. 그리고 병자를 고치시고, 죽은 이를 살리시며,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드러내셨다. 아울러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창조주 하느님을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시면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요한 10,30)고 계시하셨다. 강생의 신비를 고백할 때 간과해선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에 관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한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참된 인성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고, 그 인성을 하느님 외아드님의 단일한 위격에 온전히 일치시키셨다. 이것이 바로 강생의 신비이다. 가톨릭교회는 이에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은 하나이고, 그 위격은 인간적 위격이 아니라 그분의 주체인 ‘신적 위격’, 곧 성삼위의 한 위인 성자의 위격이라고 가르친다.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적 위격 외에 다른 인간적 위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 신적 위격의 단일성 안에서 참하느님이시며 참사람이시다. 그러므로 그분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이시다”라고 선언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80항) 강생의 신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계시하고, 가톨릭 신앙의 핵심인 이 신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동, 당신의 온 인격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신다.(「자비의 얼굴」 1항 참조) 사랑과 자비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낸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셔서 당신 외아드님을 세상에 파견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구원하게 하셨다. 창조와 구원의 목적은 모든 피조물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친교로 이끄는 것이다.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거룩한 표징인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생생하게 보여 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깨닫고,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22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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