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상징 읽기] 나비, 그리스도인 영혼의 상징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 가운데 하나인 나비는 흔히 색채와 무늬가 아름다운 날개와 사뿐하고 우아하게 나풀거리는 날갯짓으로 해서 ‘대자연의 영광스러운 것들’ 중 하나라고 일컬어진다. 기록된 종만 해도 2만에 이를 정도로 종류도 다양한 나비는 나방과는 달리 낮에 활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더해서 극적이고 인상적인 생태 주기를 보이기에, 나비는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사람의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예를 들자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인간의 영혼이 육체에서 떠날 때는 나비의 모습으로 나간다고 믿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비에게 프시케(psyche)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혼, 마음, 정신’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는 본래 인간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여신이 되었다는 프시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여신은 종종 나비 날개를 가진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중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은 피조물을 보면서 거기에서 창조주를 표상하는 면모들을 찾아내고자 애를 썼고, 그리하여 많은 동물이며 식물들에서 그리스도교적인 상징성을 읽어 내곤 했다. 그런 맥락에서 많은 성인들과 학자들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로서 나비에게서 부활과 영원한 삶과 관련해서 훌륭하고 적절한 상징성을 읽어 냈다. 그런 흐름에서 그리스도인 화가들은 나비가 유충에서 성충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탈바꿈하는 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나타낸다고 보았고, 이런 현상을 화폭에다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르네상스 시기에는 아기 예수님을 그릴 때 그분에 손에 나비가 내려와 앉는 장면을 묘사하기도 했다. 한편, 나비의 생애에서 볼 수 있는 탈바꿈 현상은 나아가 신실한 가톨릭 신자 영혼의 변화와 변모를 나타내고 설명하는 데도 적용되었다. 나비는 겸손하게 땅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로 생애를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번데기로 변모하여 고치 안에서 겨울을 난다. 그러고는 마침내 아름다운 날개를 나풀거리며 날아다니는 성충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나비의 생애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탈바꿈의 단계들은 가톨릭 신자가 세례를 받은 뒤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런 다음에는 천상의 삶으로 옮겨가게 되는 신앙생활에서의 탈바꿈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나비가 화려한 색채를 뽐내며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또한 나비가 태양과 빛 그리고 영적인 영역을 향한 비상과도 연관된다고 여겼다. 그런가 하면 사람의 생애에서 볼 수 있는 3단계 주기의 탈바꿈에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해석이 적용될 수 있다. 첫째, 기어 다니는 애벌레는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인간의 상태를 나타낸다. 둘째, 애벌레가 고치 안에 숨어 있는 형태인 번데기에는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무덤에 묻힌 사람의 육신을 나타낸다. 셋째, 번데기는 고치의 껍질을 찢고서 새롭고 아름다운 몸으로 나타나서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는 마지막 심판 때 죽은 모든 이가 되살아나며 그 육체와 영혼이 새롭게 결합될 것이고, 의로운 이는 영광스럽게도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될 것임을 상기시킨다. 성녀 잔다르크와 나비 때에 따라서는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나비 떼가 하느님의 축복을 나타내는 표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 예를 성녀 잔다르크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녀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진격을 거듭하는 동안에 하얀 나비들이 떼를 지어 성녀의 군기(軍旗)를 에워쌌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목격자들은 성녀가 전투에 앞장서서 지휘하는 동안에 성녀의 갑옷에서는 빛과 같은 것이 번쩍이며 뿜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적군들은 성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그 뒤를 나비 떼가 구름처럼 따랐다고 말했다. 이 오를레앙의 성녀와 나비에 관련된 또 다른 일화도 있다. 마침 성녀가 프랑스 왕 샤를 7세와 함께 수도 파리에서 멀지 않은 샤토티에리의 한 시골 마을을 말을 타고 지나가는 길이었다. 길을 따라 늘어선 수많은 사람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성녀가 들고 가는 깃발을 나비 떼가 구름처럼 에워싼 것이다. 그 깃발은 성녀가 전쟁에 나설 때면 언제나 군사들이 싸워서 승리를 거두도록 독려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던 군기와 똑같은 것이었다. 여러 언어권의 ‘나비’ 단어에 담긴 뜻 나비가 지니는 상징성은 그에 대해 시대와 장소를 가리고 따져 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편이다. 그러나 나비를 뜻하는 단어는 언어권에 따라 다양하고 거기에 담긴 뜻 또한 사뭇 다르다. 영어로 ‘나비’를 뜻하는 버터플라이(butterfly)는 고대 영어로 ‘버터’를 뜻하는 버터(buttor, 또는 뷔토르)와 ‘날다’를 뜻하는 플레오지(fleoge)가 합쳐진 단어 버터플레오지(buttorfleoge)에서 왔다. 그리고 이 단어는 나비가 뚜껑이 덮여 있지 않은 그릇의 크림이나 버터를 먹어치우곤 하는 요정이었다는 독일의 전설에서 유래한 듯하다. 실제로 독일어로 ‘나비’를 뜻하는 단어 쉬메털링(schmetterling)은 ‘크림’을 뜻하는 쉬메텐(schmetten)에서 유래한다. 스페인어로는 마리포사(mariposa)다. 이 단어는 스페인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던 ‘마리아 포사테’(María pósate, ‘마리아야, 앉아라’라는 뜻)라는 동요에서 유래한다. 포르투갈어로는 ‘작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뜻의 보르볼레타(borboleta)인데, 이는 라틴어로 ‘아름답다’를 뜻하는 벨루스(bellus)에서 나온 단어 벨벨리타(belbellita)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어로는 파르팔라(farfalla)인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 수 없지만, 확실한 사실은 이 단어가 파스타의 한 종류로 면이 나비 모양으로 생긴 파르팔레(farfalle) 또는 보타이 파스타(또는 나비넥타이 파스타)보다는 먼저 생긴 것이라는 점이다. 덴마크어로는 솜메르푸글(sommerfugle)인데, 이는 ‘여름 새’라는 뜻, 그러니까 그곳 사람들이 나비가 겨울이면 따뜻한 곳으로 옮겨간다고 생각하던 데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현대 그리스인들은 고전 그리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프시케(psyche)를 버리고 그 대신에 ‘꽃잎’이라는 뜻의 페탈론(pétalon)에서 유래하는 페탈루다(petaloúda)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를테면 나비는 ‘날아다니는 꽃잎’이라는, 시적이고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프랑스어로는 파피용(papillon)인데, 이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파필리오(papilio)에서 유래한다. 확실히 이 별나고 요정 같은 곤충은 이렇듯 사랑스럽게 들리는 어감에다 선율감마저 느껴지는 이름을 가질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하겠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7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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