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1) 그리스도인
성령의 인호를 받은 주님의 증인 - 그리스도인은 주님을 증거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새 인간의 거룩한 표징이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아 세례를 집전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성경은 사람이 하느님께서 직접 빚고 당신 숨을 불어넣어 생명체가 되게 한 존재이며, 하느님의 본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로 계시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영원한 생명을 약속받은 이들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라고 했다. 이번 호는 인간 가운데 ‘하느님의 참된 자녀’(요한 1,12; 로마 8,14-17; 1요한 3,10)가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소개한다. 성경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사람의 코에 불어넣으신 ‘숨’으로 인간에서 선사하고자 하셨던 모든 것을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하셨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고,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라고 고백한다. 복음서들은 예수님의 상세한 족보를 통해 하느님께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역사 안에서 행하신 업적을 드러낸다. 그리고 복음서들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알게 되고, 주님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음을 증언한다. “하느님처럼 그리스도께서는 죄인들을 용서하시며(마르 2,7.10), 하느님처럼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고(마르 14,22-24), 하느님처럼 성령을 주시려고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신다.’(요한 20,22) 하느님처럼 그분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요한 10,28) 이런 이유로 사도들과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마르 1,1; 15,39; 로마 1,4; 히브 1,5; 3,6)이시고, ‘아버지의 외아드님’(요한 1,18)이시며, 하느님의 자녀들 가운데 ‘맏이’(로마 8,29; 콜로 1,15.18)이심을 증언한다. 그분과 아버지는 하나이시다(요한 10,30).”(교황청 성서위원회, 「성서 인간학」 89쪽)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따르며, 세례성사를 통해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하는 자녀가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다. 이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에게 당신의 증인이 되게 하시는 영적 표지인 ‘성령의 인호’를 새겨 주시어 사람들과 구별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증인으로 그리스도를 따를 의무를 지닌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당신 제자로서 살아가야 할 완전한 삶의 길을 제시하셨다.(마태 19,21) 그 길은 하느님을 삶의 본보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그리고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고 명하신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새 계명을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새 계명을 직접 실천하심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본받고 실천해야 하는 명료한 삶의 지침이 되게 하셨다. 하느님을 본받는 것, 예수 그리스도처럼 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오직 그리스도인만이 실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한 대로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인호를 받은 주님의 증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성경은 믿는 이들 곧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그리스도와 같은 모상이 되고(로마 8,29),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되며(2베드 1,4),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요한 1,12; 로마 8,14-17; 1요한 3,1)고 밝힌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모습을 지닌 세상 사람들이다. “첫 인간은 땅에서 나와 흙으로 된 사람입니다. 둘째 인간은 하늘에서 왔습니다. 흙으로 된 그 사람이 그러하면 흙으로 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에 속한 그분께서 그러하시면 하늘에 속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흙으로 된 그 사람의 모습을 지녔듯이, 하늘에 속한 그분의 모습도 지니게 될 것입니다.”(1코린 15,47-49)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은 얼굴로 주님의 영광을 거울로 보듯 어렴풋이 바라보면서,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는 영이신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입니다.”(2코린 3,18)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이들이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아들을 믿는 것은 ‘아버지를 뵙는’(요한 14,9) 것입니다. 사랑이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개인과 인류, 또는 세계가 연루되는 모든 악보다 강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 사랑을 믿는 것은 자비를 믿는 것입니다. 자비는 사랑 가운데 꼭 있어야 할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자비는 사랑의 별명입니다. 악이 세상에 있고 인간을 좌우하고 사로잡으며, 인간 마음속에 스며들어 가 인간을 ‘지옥에서 멸망시킬’(마태 10,28)수 있는데, 바로 이 악의 실재 앞에서 사랑이 자태를 드러내고 효력을 미치는 특수한 양상이 곧 자비입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자비로우신 하느님」 7항)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주님을 증거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새 인간의 거룩한 표징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24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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