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7) 신앙은 인간에게 꼭 필요합니다! 2017년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Silence)는 일본 가톨릭 작가 엔도 슈사쿠(1923-1996)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16세기 중반 일본에 가톨릭이 널리 전파됐는데, 서구 문물을 통한 발전을 기대했고, 당시엔 파격적인 평등사상을 주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국가 체제에 위협이 되었고, 이후 약 250년간 박해가 일어났으며, 대략 4~5만 명 정도가 순교자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순교자의 나라’는 일본 가톨릭교회에 적합한 표현입니다. 엔도 슈사쿠는 박해 당시 그리스도인들과 선교사들의 삶과 신앙에 주목했습니다. 신자들을 배교로 이끌기 위해 강요했던 대표적인 것은 예수상이 새겨진 동판인 ‘후미에’를 밟는 것, 즉 가장 믿는 분이자, 최고의 이상으로 여기는 분의 얼굴을 밟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성직자들에게도 강요되었습니다. 목자들이 후미에를 하고 배교하면 신자들을 살릴 수 있지만, 본인은 배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만일 순교를 선택하면 본인은 신앙을 증거하지만, 수많은 신자는 고통스럽게 죽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여러분이라면 끝까지 신앙을 지키겠습니까, 아니면 예수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겠습니까? 작가는 ‘침묵’이라는 주제를 두 가지 측면으로, 즉 고통스러운 세상 안에서 침묵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그리고 신앙 때문에 고민했던 많은 신앙인의 모습에 대해 고찰합니다. 영화에서 신앙이 지닌 무게가 인상적으로 표현된 장면이 있는데, 바닷가에서 평신도 3명이 십자가에 매달린 채 익사의 고통 앞에서 하느님께 묻는 상황입니다. “인간은 이렇게 슬픈데, … 주여, 바다가 너무나 푸릅니다.” 왜 하느님은 인간의 고통과 슬픔 앞에서 이토록 침묵하고 계실까요? 침묵하고 계시는 하느님께 내 모든 것을 믿고 맡겨도 되는 걸까요? 신앙이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을 계시에 근거해 무조건 받아들이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 평생 품고 사는 것입니다. 신앙은 우리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삶과 죽음 등을 하느님 은총으로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고, 하느님 부르심에 ‘예!’하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신앙은 이스라엘이 수천 년 동안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고 깨달은 내용에서 출발하고, 하느님 아들 예수님이 인간이 되시어, 인간 눈높이에서 살고 기도하며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믿도록 이끌어 주시고, 동시에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과 순종’을 원하십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신앙이란 동의하며 생각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하느님을 아는 것(이성)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신앙) 중에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더 잘 믿기 위해서입니다. 신학 지식이 풍부해야 신앙이 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혼란한 세상에서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중요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과 삶과 세상에 대한 가장 깊고 정확한 답이 그분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이기에, 모든 인간에게 꼭 필요합니다. [2022년 7월 31일(다해) 연중 제18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