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판공성사를 의무적으로 봐야 합니까? * 고백할만한 죄가 없는데도 판공성사를 의무적으로 꼭 봐야 합니까? 판공성사에 ‘의무’라는 말이 붙어 있다 보니 고해성사를 말 그대로 등 떠밀리듯 억지로 해야 한다는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사순, 대림이라는 특정한 기간에 종속되고 시간의 제약에 눌려있다는 오해에 따른 압박감이 더욱 그런 고민을 깊게 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판공성사를 의무로만 받아들이는 마음도, 판공성사를 특정 기간에 반드시 봐야 한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먼저 판공성사는 1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는 것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소위 ‘집중판공’ 때 고해성사를 드려야 판공성사로 인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집중판공은 교우분들을 압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미사 시간 전 잠깐 준비되는 고해소의 시간제한 때문에 고해성사를 보지 못한 분을 위한 배려입니다. 만약 성찰이 충분히 되지 않으셨다면, 집중판공 기간은 그대로 보내시고 나중에 준비를 충분히 하신 후에 고해성사를 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1년에 한 번도 고백해야 할 죄가 딱히 느껴지지 않기에, ‘1년에 한 번’이라는 규정조차 무거운 의무로 느껴지신다면, 그것은 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일학교 교사 시절, 학생들을 데리고 강에서 조그만 배를 타는 프로그램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방울 튀기는 것조차 싫어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쾌활하게 웃으며 물놀이를 즐겼고, 나중에는 서로에게 물도 뿌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장비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에 신부님께서 아이들에게 조용히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 기억에 강렬히 남아 있습니다. “물에 젖어가는 것이 죄에 젖어가는 것과 같단다. 사람은 처음에는 작은 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점점 큰 죄를 짓는 것에도 무뎌지고, 급기야는 남도 죄로 끌어들이게 되지.” 1년에 한 번조차 고백할 죄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결백함 때문인지, 아니면 죄에 무뎌진 탓인지 성찰해보면 어떨까요. ‘1년에 한 번은 의무’라는 규정은 우리에게 그러한 성찰을 통해 죄짓는 것에 민감해질 것을 촉구하는 방편일 테니까요. [2022년 7월 31일(다해) 연중 제18주일 서울주보 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