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2.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181항)
이웃과 사회 향한 참된 회심 요청되는 세상 “초희는 점점 마담뚜를 좋아하게 되었다. 마담뚜하고 같이 있을 때처럼 자신의 행복이 확실해질 때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담뚜를 통해 듣는 상류사회의 갖가지 풍속의 소문은 그녀가 빠른 시일 안에 귀부인다워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서울 시내 일류 귀부인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양장점은 명동 어디고, 미용실은 어디고, 명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고, 마담뚜는 이런 것에 통달해 있었고 이런 지식을 지나가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초희에게 불어넣었다. 초희는 자기도 모르게 마담뚜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박완서 「휘청거리는 오후」 중)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아메리카는 정치·경제 등 사회문제가 심각했는데, 1968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개최된 제2차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는 가난을 야기하는 사회의 제도와 구조적 불의함을 언급하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선택’을 제시합니다. 이 가르침은 이어지는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들(제3차 1979년 멕시코 푸에불라, 제4차 1992년 도미니카, 제5차 2007년 브라질 아파레시다)과 1974년 세계 정의에 관한 제3차 세계주교시노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들(「노동하는 인간」, 「사회적 관심」, 「백주년」)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을 통해 발전됐습니다. 여기서 애덕과 자선의 대상은 영적·물질적 차원을 망라한 자신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그 대상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통해 구체화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82항)
위기를 발생시키는 ‘공동체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의 이유’ 괄목할 만한 것은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난과 억압의 원인이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에도 있으나 이를 부추기는 인간 내면의 이기심과 욕심이 보다 근본적 원인이라는 성찰입니다. 그래서 회개와 이를 위한 복음화가 절실히 필요하고, 그래서 당시 막 시작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주목하면서 「아파레시다 문헌」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를 고찰합니다. 첫째는, 사회적 차원에서 경제적 이익 때문에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고, 사회적 약자들이 양산되는 유물론적 상황이며, 둘째로 개인적 차원에서 이기주의와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고 가난한 이웃의 아픔에 무관심한 영적 세속주의입니다.(최정훈 신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에 관한 연구」 참조) 무분별한 욕심에 대한 식별 1976년 박완서 작가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는 1960년 이후 한국사회의 급격한 경제 발전을 배경으로 물질적 번영이 성공의 상징이 된 세태 속에서 연애와 결혼풍속을 통해 중산층 가정의 몰락을 그려 냅니다. 그 핵심은 식별되지 못한 자본주의, 물질적 욕구에 물든 허영, 무너져 버린 윤리적 가치관입니다.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회는 나날이 윤택해지는데 올바로 식별하고 행동하기란 더 어렵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참 많고, 모두의 협력이 절실한데 여전히 갈등과 미움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풍요로워진 사회에 비례해 우리의 욕심도 더 많아졌고, 편리해진 문명에 반비례해 우리의 사랑이 줄어든 것은 아닐까요? 이웃과 사회를 향한 참된 회심이 요청됩니다. “분별없이 자기가 가진 재화를 우상시하는 사람은 그 재화에 예속되고 그 노예가 되어버린다. 이 재화가 창조주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동선을 위하여 이 재화를 사용하게 될 때야 비로소, 물질 재화는 개인과 민족을 성장시키는 유용한 도구로서 올바로 기능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181항) [가톨릭신문, 2022년 8월 28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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