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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해설: 공동선, 하느님 나라의 표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05 조회수2,428 추천수0

[이주형 신부의 사회교리 해설] 공동선, 하느님 나라의 표징

 

 

알아보기 – 순교의 의미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한 순교성인들 생각하면 늘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목숨까지 바치신 그 용기와 믿음을 떠올리면 제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관한 최상의 증거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모두 다 순교일까요? 그럼 종교적 신념 때문에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한 것도 순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느님과 진리를 왜곡함입니다. 순교란 복음에 토대를 두고 하느님, 참된 사랑과 평화, 진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입니다. 순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인격적으로 일치하여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언함이며 애덕의 완성입니다.

 

 

심화하기 – 순교의 참된 의미

 

하지만 박해 시대가 종식되고 피 흘림이 불가능해졌기에 이제는 백색 순교(하느님 사랑을 위해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포기함)나 녹색 순교(욕정을 참으며 끊임없이 보속하는 것), 혹은 영적 순교(복음 삼덕인 청빈·정결·순명을 실천함)가 권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증거와 완성이라는 순교의 본질은 동일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순교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공동선임을 살펴봅니다.

 

공동선이란 개인과 사회가 만들어낸 결실의 총화입니다. 그 안에는 경제 성장, 기술의 진보, 사회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측면과 함께 그 모든 것을 완성하는 신앙과 도덕의 열매도 있습니다. 특히 신앙과 도덕의 열매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는 지를 알려줍니다. 바로 사랑의 길입니다. 그 길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존중하고 배려하고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세속의 재물에 애착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불의함에 맞서는 태도입니다. 바로 순교를 겪으면서 우리 신앙 선조들이 걸었던 길이지요.

 

 

사회교리의 가르침 – 참된 신앙을 위해

 

현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울려 퍼지는 사회교리는 그 자체로 복음의 기쁨과 자유를 가져다줍니다. 가톨릭교회의 대사회적 가르침인 사회교리가 성령에게서 비롯되고, 성령께서는 우리의 마음 속에 사랑과 자유, 정의와 평화를 선물하시기 때문입니다.(간추린사회교리 63항) 그리고 그 목적은 순교를 통해 자신을 봉헌한 순교 선열들처럼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사랑을 지상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는 “인간 존엄과 사랑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희생하고 순교에까지 이를 수 있는 근본 의무이다”라고 명시합니다.(간추린사회교리 570항)

 

포졸들도 서로 다음과 같이 수군거립니다.

 

“만일 박해가 없다면 누구라도 송아지 새끼가 아닌 이상 천주교 신자가 되기를 마다할 사람은 없었을 거야.”

 

“천주교는 참으로 훌륭한 종교이기는 한데, 우리가 만일 신자가 되면 아무것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군. 온갖 모욕을 인내로 참아내고 언제나 어디서나 겸손하여야 한다네! 자기 자신과 세상 사물을 경시하며 모욕을 받더라도 보복을 해서는 안된다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

 

 

레지오의 가르침

 

“성모님께 무릎을 꿇는 사람은 가장 깊숙한 자신의 속마음까지도 모두 성모님께 내어 드려야 한다. … 이는 일종의 순교 행위이며, 성모님을 제단 삼아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이다”(레지오 교본 제6장 ‘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단원의 의무’ 중 5항, “참된 신심을 실천해야 한다”)

 

사랑하는 레지오 단원 여러분, 주님께서는 성모님을 통하여 이처럼 우리 모두를 참된 사랑과 증거의 장으로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신앙을 드러내고 순교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굳센 용기입니다. 비록 부족한 우리이나 우리의 기도와 애덕, 자비와 사랑의 실천은 참된 신앙의 증거이며, 공동선을 쌓는 노력이고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덧붙여 여러분들의 기도와 희생이 참으로 숭고함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 기도했고(창세 18장) 모세가 반항하는 백성들을 위해 주님께 간절히 청했듯(탈출 32,11) 여러분들의 기도는 이웃과 세상을 위해 바쳐질 가장 아름답고 향긋한 예물입니다. 또한 그 기도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용서와 화해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외적 성장과 풍요로움이 가득하나 용서와 화해라는 공동선이 부족한 오늘날, 참된 신앙의 증거는 진실로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교회는 기도를 통하여 평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한다. 기도는 마음을 열어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할 뿐만 아니라, 존중과 이해, 존경과 사랑의 태도로 다른 이들을 만나게 해준다. 기도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모든 평화의 참된 친구들,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다양한 환경에서 평화를 증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간추린사회교리 519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9월호, 이주형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성서 못자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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