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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 안 상징 읽기: 천사의 의미와 상징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05 조회수3,477 추천수0

[교회 안 상징 읽기] 천사의 의미와 상징성

 

 

랭스 성당의 천사상들.

 

 

프랑스의 랭스 대성당에는 천사가 어려움을 겪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들을 표현한 석상들이 모셔져 있다.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와 배려로 인간을 위해 각별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배정되고 파견된 천사들은 그리스도인에게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할까?

 

 

천사라는 존재

 

천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천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개는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수호천사를 배정해 주신다는 것과 세 대천사의 이름이 무엇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래서 천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수호천사는 우리가 존재하는 첫 순간에 우리를 위해 정해져서 우리 생애의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친구다. 천사는 우리가 착하고 거룩한 생각을 지니고서 살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이끈다. 그리고 숱한 위험과 사고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온갖 방법을 다해 우리를 돕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친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나름의 천사적 본성을 다해 우리를 사랑한다. 그렇게 하도록 하느님께서 섭리하셨기 때문이다.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의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시편 91,11-12)

 

천사는 순수한 영이며, 하늘나라에서 하느님 주위를 둘러싸고 가까이서 시중들고 모시는 이들이다. 천사는 행복으로 넘치는, 그리고 사랑으로 타오르는 이들이다. 천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들이다. 그리고 천사는 서로 똑같은 이 없이 저마다 다 다르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다니 7,10)

 

자신의 수호천사를 보았다고 전해지는 로마의 성녀 프란치스카는 자기 수호천사가 빛을 발하는데, 그 광채가 해와 달과 별들의 빛보다 더 밝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녀는 종종 자신의 수호천사가 발하는 빛에 의지해서 기도서를 읽곤 했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께서 묻히셨던 무덤을 막았던 돌을 굴려 치운 천사는 용모가 번개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고 성경은 전한다.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무덤으로 다가가 돌을 옆으로 굴리고서는 그 위에 앉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번개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마태 28,2-3) 그 모습이 워낙 위엄 있었기에 무덤을 경비하던 군인들은 감히 천사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 성 미카엘 대천사의 투사적인 모습(좌), 성모자께 영광을 드리는 천사들(우).

 

 

그리스도인에게 천사란?

 

천사는 지능 또는 지성 면에서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 존재다. 가령, 우리는 어떤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진리에서 다음 진리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꾸준히 탐구해야 하지만, 천사들은 일단 주제를 보면 단번에 이해한다. 그런 식으로 천사는 인간의 특정한 행위가 의도하는 모든 의미와 결과를 즉각 알아차린다. 그런 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결정을 내리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인간에게 천사의 도움은 매우 요긴하다.

 

천사는 하늘에 있는가 하면 땅에도 또한 있다. 각 천사가 하는 일은 다 다르다. 천사는 나라들과 도시들, 마을들과 가정들, 모든 개개인을 위해 저마다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태양, 달, 별들, 행성들에도 그것들을 인도하는 천사가 있어서 우주 만물이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조화롭게 질서를 유지한다.

 

그런가 하면 천사가 더러는 그때그때 필요한 의무를 우발적으로 수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성경은 전한다. 가령 벳자타 연못에 병을 고치는 효험이 생기게 한 이는 천사였다. 시나이 산에서 불을 일으킨 이도 천사였다.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이도 천사였다. 묵시록에 따르면, 천사는 바람을 통제하는 일도 한다. 그러니까 아주 놀랍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한 자연의 흐름마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존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성경은 전한다.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리아를 찾아가서 구세주의 탄생을 알렸을 때, 천사는 메시지 전달자 역할을 한 것이고, 라파엘 대천사가 젊은 토비야를 도와 위험한 여행을 떠났을 때는 보호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종살이에서 풀어주지 않으려는 이집트 왕 파라오에게 파견된 천사들이 하룻밤 사이에 수많은 이집트 사람들을 죽이는 벌을 내렸을 때는 응징자 역할을 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지켜 주는 수호천사

 

무엇보다도 천사는 악마의 간계에 맞서 싸우며 우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수호자다. 천사는 우리 편에 서서 악마와 싸우고, 악마의 유혹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1베드 5,8) 그리고 천사는 우리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자연재해가 우리에게 닥치지 않도록 막아 주기도 한다.

 

하느님은 애초부터 천사를 우리에게 보내시어 우리를 돕도록 섭리하셨다. 그리고 천사는 수호 임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하느님이 선하시고, 친절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심을 반영한다. 성인들의 생애를 보면, 천사가 수호 사명을 수행한 사례들이 곧잘 등장한다. 예컨대 성 요한 보스코는 왈도파 이단에 치열하게 맞서 싸웠다. 그래서 그 이단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성인을 몹시 미워했고, 나아가 여러 차례에 걸쳐 성인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위태롭던 시기에 성인이 길을 걸을 때면 회색빛이 도는 커다란 개가 나타나서 성인과 동행했고, 누군가가 성인을 공격하면 번번이 맞서 싸우곤 했다. 훗날 성인은 그 개를 ‘그리지오’(Grigio, ‘회색’이라는 뜻)라고 불렀으며, 그리지오는 30년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을 지키라고 천사가 보내준 것이라고 믿었다.

 

- 날개가 달리고 귀여운 모습의 아기 천사들.

 

 

인간은 자기 힘만으로는 악마, 곧 막강한 능력과 위력을 지닌 타락한 천사에 맞설 수 없다. 그럼에도 무엇인가 초자연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알게 또는 모르게, 대개는 전혀 눈치도 채지 못하는 사이에 도움을 받았기에, 우리는 악마에게 굴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천사는 “우리는 당신이 요청하면, 우리가 가진 모든 보물, 우리가 받은 모든 은총, 우리가 누리는 모든 행복의 한 몫을 당신에게 줄 것이다.”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우리는 이렇듯 도움을 받고 신세를 지면서도 이 고맙고도 놀라운 존재들을 곧잘 잊곤 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화가들은 천사를 날개 달린, 오동통하고 귀여운 아기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표현 관행은 계속되는데 우리에게 다가오는 천사는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단호하고 결연하게 악마에 맞서 싸우는, 그래서 다분히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투사일까 아니면 연약하고 천진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아기일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9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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