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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36: 마리아와 성체성사의 관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0-30 조회수1,077 추천수0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36) 마리아와 성체성사의 관계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에서 성모님을 ‘성체성사의 여인’이라 칭합니다.(53항) 성모님께서는 성체성사의 첫 시작부터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즉 순결한 당신의 태를 하느님 말씀의 강생을 위해 봉헌하심으로써 예수님의 성스러운 몸을 당신 안에 모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을 당신 안에 잉태하셨기에, 이 회칙에서는 성모님을 성자께서 현존하신 ‘역사상 최초의 감실’이라 표현합니다.(55항)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루카 22,19) 우리를 위해 내어 주신 예수님의 몸은 바로 성모님께서 당신의 태중에 잉태하셨던 그 몸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몸을 잉태하셨고, 초기 교회의 성찬례에 참석하셔서 다시 몸 안으로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은 당신의 심장과 하나였던 그 심장을 다시 당신의 태중에 받아들이고, 십자가 아래서 겪으셨던 일을 다시 체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56항)

 

아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어 갈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성모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 있었습니다.(요한 19,25 참조) 성모님은 참척(慘慽)의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이 죽음으로 끊어지는 경우, 얼마나 애달프고 참담한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과 아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십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영어 ‘이해하다’(understand)는 ‘밑에’(under), ‘서 있다’(stand)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 밑에 서 있는 것, 함께 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십자가 밑에 서서 예수님의 뜻과 죽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십자가 곁에 끝까지 서 계심으로 인간이 겪는 고통을 가장 깊이 깨달으셨고, 예수님의 잉태부터 죽음까지 함께 하십니다. 신앙의 궁극적 목표는 하느님과 함께하고 일치하는 것인데, 성모님을 통해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한평생 신앙의 길을 걸으셨고, 마침내 칠흑 같았던 십자가의 어둠을 넘어 부활의 빛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 때문에 겪으셨던 모든 고통을 하느님 뜻으로 생각하고 말없이 받아들이셨습니다. 온갖 고통을 다 겪으셨지만 한 순간도 예수님을 떠나지 않고 신앙으로 순종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내 몸과 마음에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는 성모님의 삶과 신앙을 통해 그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성모의 노래’(Magnificat) 중에서) 예수님을 잉태하고 엘리사벳을 만났을 때 성모님이 외쳤던 성모의 노래는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신앙인의 희망을 잘 보여줍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자신 안에 모시고, 예수님을 통하여,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는 성모님처럼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께 감사(Eucharistia)와 찬미를 드리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교회와 함께 계시며 교회의 어머니로서 현존하십니다.”(회칙 57항) 성체성사는 성모님의 삶처럼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감사가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2022년 10월 30일(다해) 연중 제31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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