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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리 상식: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성화 옆의 다른 두 분은 누구인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22 조회수1,234 추천수0

[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습을 그린 성화를 성물방에서 샀습니다. 그런데 옆에 다른 사람 두 분이 그려져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분들인가요? 왜 굳이 예수님만 그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그려 넣었을까요?

 

 

질문하신 분께서는 아마 이콘을 구입하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콘이라 전제하고 설명을 이어가자면, 이콘은 초대교회 때부터 이어져 온 우리 교회 전통의 성화 양식입니다. 주로 예수님, 성모님, 성인은 물론 성경과 교리의 내용을 주제로 삼습니다. 르네상스 이후에 체계를 갖추게 되는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아 구도가 다소 낯설게 보이기 때문에 쉽게 구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콘은 작가가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개인적인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교회의 가르침과 영적인 요소들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그림을 그릴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치 언어가 일정한 문법에 따라 조어되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이콘도 등장하는 인물, 해당 인물의 위치, 사용하는 색 등이 일정한 패턴을 보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그린 이콘도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양옆에 각각 성인, 성녀가 그려진 이콘을 데이시스ƤƝƧƳƩƲ)라고 부르는데, ‘간청’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두 성인, 성녀가 예수님 밑에서 우리를 위해 간구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는 뜻입니다. 두 인물이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는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성녀로 보이는 분은 성모님입니다. 아마 예수님의 오른편, 그림을 보는 교우들 입장에서는 그림의 왼편에 그려져 있을 겁니다. 이는 시편 45장 9절의 말씀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왕비는 오피르의 황금으로 단장하고 당신 오른쪽에 서 있습니다.”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부 오른편에 계시다는 사도신경 구절에도 반영되어 있지만, 전통적으로 교회가 오른쪽을 중요한 방향으로 여겨 왔다는 점을 반영한 배치이기도 합니다.

 

반면, 예수님의 왼쪽에 그려진 성인은 사도 요한입니다. 이는 사도께서 골고타 언덕까지 따라가 끝내 예수님의 임종 순간에 함께 하셨고, 그 이후에는 예수님 말씀에 따라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셨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아닐 때는 사도요한의 자리에 세례자 요한을 그립니다. 또, 중세 이후 요셉 성인에 대한 신심이 발달하면서, 해당 시기에 그려진 이콘은 사도요한의 자리에 요셉 성인을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성인들의 배치는 이콘뿐만 아니라 성상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2023년 1월 22일(가해) 설(하느님의 말씀 주일) 서울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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