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성토요일의 신비 이번 주는 성주간입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념하는, 1년 중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주간입니다. 성주간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시작해 파스카 성삼일(주님 부활 대축일 포함)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성목요일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나누신 식사를 기념하는 주님 만찬 미사가 봉헌되고, 성금요일에는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일을 기념하는 주님 수난 예식이 거행됩니다. 그렇다면 성토요일에는 어떤 전례가 거행될까요? 그날 저녁 또는 밤에 파스카 성야 미사가 봉헌됩니다만, 이 미사가 봉헌되는 토요일 일몰 이후는 이미 주님 부활 대축일에 속합니다. 전례적으로 성토요일이 끝난 시점이지요. 성토요일과 파스카 성야는 분명히 구별되는 두 개의 전례일입니다. 곧, 성토요일에는 어떤 전례도 거행되지 않습니다. 성토요일에 전례가 거행되지 않는 이유는 그날의 의미 때문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심, 그리고 사도신경에 나오는 “저승에 가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수난과 죽음을 통해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셨는데, 그 은총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까지 주어지는 은총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성토요일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이 머무는 ‘저승’에까지 내려가시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알리셨음을 ‘깊은 침묵’ 속에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토요일의 깊은 의미를 알려주는 글을 소개합니다. 당일 성무일도에 나오는 「성토요일의 옛 강론」입니다. 오늘 깊은 침묵이 온 땅을 덮고 있습니다. 하나의 깊은 침묵이요 고독입니다. 임금님께서 주무시기에 깊은 침묵입니다. 하느님께서 육신을 지니고 잠드셨으며, 옛적부터 잠들어 있던 이들을 깨우러 가셨기에 땅은 떨며 말을 잃었습니다. (…) 주님은 잃어버린 양인 원조 아담을 찾아가십니다. 주님은 죽음의 그늘 밑, 어두움 속에 앉아 있는 모든 이를 만나러 가고자 하십니다. 그들의 하느님이며 동시에 그들의 후손이신 그분은 아담과 함께 묶여 있는 하와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고자 찾아가십니다. (…) “나는 너의 하느님이지만 너를 위하여 너의 아들이 되었다. (…) 잠자는 너는 잠에서 깨어나거라. 지옥의 사슬에 매여 있도록 너를 창조하지 않았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 나오너라. 나는 죽은 이들의 ‘생명’이니라”(PG 43,440.452.461; 「가톨릭교회교리서」 635항). [2023년 4월 2일(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