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상징 읽기] 전례 색상들에 담긴 의미 가톨릭교회는 오래전부터 색깔들에는 나름대로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여겨 왔고, 그러기에 그러한 색깔들을 전례에 접목시켰다. 그 두드러진 사례 중 하나를 사제가 전례를 집전할 때 입는 제의에서 볼 수 있다. 교회는 한 해를 전례력에 맞춰 일정한 흐름을 따르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전례력의 흐름에 따라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는 여러 색상의 제의를 입는다. 그러기에 신자들은 사제가 입은 제의의 색깔만 보아도 그즈음이 어느 시기인지, 그날이 어떤 성격의 주일 또는 축일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교회에 받아들여진 전례 색상들에는 어떤 것이 있고, 또 각각의 색상이 뜻하는 상징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오늘날 쓰이는 색상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녹색/연두색: 녹색은 초목과 살아있는 것들의 소생, 그 새로운 날과 새로운 생명에 대한 약속과 희망을 상징한다. 공현 시기(주님 공현 대축일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되기 전까지)와 연중 시기(성령 강림 대축일 이후부터 대림 시기 전까지)를 가리키는 색상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나타낸다. 지역이나 종파에 따라서 공현 시기에는 녹색보다 옅은 연두색을, 연중 시기에는 연두색보다 짙은 녹색을 사용하거나 아예 녹색 대신 연두색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연중 시기에 녹색 대신 올리브색, 옥색이 사용되기도 했다. 보라색: 보라색은 왕권을 상징하는 색상이다. 그리고 고통, 괴로움(수난), 참회, 준비, 희생, 애도(슬퍼함)를 나타낸다.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의 임박한 탄생과 또한 머지않아 닥쳐올 그분의 죽음을 예시하는, 그러기에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의 색상이다. 애도와 관련되는 색상이기에 장례 미사와 위령 미사 때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망자 또는 죽은 이의 영혼의 회개와 죄에 대한 용서를 위해 기도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뜻도 있다.
장미색/분홍색: 장미색은 기쁨과 행복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그리스도 안에서 맛보고 누릴 수 있는 기쁨과 사랑을 미리 상기시키기 위해, 흠숭과 참회의 때인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에, 그중에서도 대림 제3주일(‘기뻐하라’ 주일)과 사순 제4주일(‘즐거워하라’ 주일)에 장미색 제의를 입는다. 더러는 장미색 대신 분홍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빨간색: 빨간색은 불의 색깔이며, 그래서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낸다. 또한 성령 강림과 관련되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순교자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기에 교회를 나타내는 색상으로도 여겨진다. 그러기에 순교 성인들의 축일, 성금요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빨간색 제의를 입는다. 추기경은 교회와 교황에 대한 헌신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음으로써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하여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견진성사를 받는 어린이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뜻에서 빨간색 옷을 입기도 한다. 전에는 세족례를 거행하는 성목요일과 부활 시기, 서품식 때도 빨간색 제의를 입었다. 파란색: 파란색은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나타낸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 성모 마리아의 축일에 파란색 제의를 입기도 했다. 또한 하느님의 창조의 시작점인 심연의 물(창세 1장 참조)을 뜻하기도 한다. 흰색/은색: 흰색은 정결, 거룩함, 덕행. 존중, 경의, 그리고 그리스도의 탄생과 부활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교회의 축일들과 대축일들, 특히 주님의 성탄 시기와 부활 시기의 축일들에, 또한 세례성사, 혼인성사, 성품성사, 봉헌 미사 또는 축성 미사 때 흰색 제의를 입는다. 흰색은 교황 복식의 기본 색상이기도 한데, 이는 그리스도의 영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로서 교황의 위치를 나타낸다. 때로는 장례 미사 때 흰색 제의를 입기도 하는데, 이는 망자의 죽음보다는 삶을 기억하고자 하는 뜻에서다. 더러는 밝게 빛나는 은의 특성 때문에 은색이 흰색을 대신해서 쓰이기도 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흰색 대신 황금색이 쓰이기도 했다. 검은색: 검은색은 죽음과 애도를 나타낸다. 장례 미사와 위령 미사 때 검은색 제의를 입는데, 이는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느끼는 애도의 뜻을 반영하고 또한 망자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아무런 장식과 색상이 허용되지 않는 성금요일과 부활 성야 전까지의 성토요일 의식에 검은색 제의를, 그리고 지성소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나 십자가 그리고 제대를 가리는 데 검은색 천을 사용했다. 한편, 검은색은 성직자가 입는 평상복의 표준 색상으로, 하느님께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성직자 삶의 겸손과 희생을 나타낸다. 황금색/노란색: 황금색은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상징하고, 그러기에 위엄, 기쁨, 경축을 나타낸다. 또한 밝게 빛나는 황금의 특성에 비추어 흰색과 더불어 교회의 축일들과 대축일들, 특별히 주님 성탄 시기와 부활 시기의 축일들에 황금색 제의를 입는다. 노란색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고 또한 쇄신과 희망을 상징하며, 때로는 흰색과 황금색 대신 사용되기도 했다. 회색: 회색은 불에 탈 것이 타고 남은 재의 색깔로 애도와 참회를 나타낸다. 그러기에 재의 수요일과 사순 시기 동안, 또는 특별히 단식하며 기도하는 날에 회색 제의를 입기도 했다. 교회가 받아들인 오늘날의 전례 색상들 바오로 6세 교황이 1969년에 ‘새 미사 양식’과 함께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를 발표했는데, 이 지침서 346항에 전례 색상과 관련해서 6가지 색상의 제의 착용에 대해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의무적 규정과 예외적으로 대체해서 적용할 수 있는 선택적 규정이 실려 있다. 녹색: <의무적 규정> 연중 시기의 주일과 축일 보라색: <의무적 규정> 대림 시기의 주일과 축일, 사순 시기의 주일과 축일, 성토요일 전례(파스카 성야 미사 제외), 화해의 성사(고해성사), 병자성사 <선택적 규정> 위령의 날, 장례 미사 ․ 위령 미사에 사용할 수 있다. 장미색: <선택적 규정> 대림 제3주일, 사순 제4주일에 사용할 수 있다. 흰색: <의무적 규정> 성탄 시기(주님 성탄 전야부터 주님 세례 축일까지), 성목요일, 부활 시기(파스카 성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 이전까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성자 그리스도의 축일들(수난 관련 축일들은 제외), 성모 마리아의 축일들, 천사들의 축일들, 순교하지 않은 성인들과 증거자 성인들의 축일들, 성 요한 사도 ․ 복음사가의 축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성 요셉의 다른 축일들, 모든 성인 대축일, 세례성사, 혼인성사, 성품성사 <선택적 규정> 주교회의가 허용한 장례 미사와 위령 미사, 통상 녹색 제의가 사용되는 서원 미사들과 기타 미사들에 사용할 수 있다. 빨간색: <의무적 규정>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성금요일, 성령 강림 대축일, 주님 수난 관련 축일들, 순교 성인들 ․ 사도들 ․ 복음사가들의 축일들,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견진성사 검은색: <선택적 규정> 위령의 날, 장례 미사에 사용할 수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6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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