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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25: 교회를 믿나이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7 조회수258 추천수0

[가톨릭 신학25] 교회를 믿나이다

 

 

20세기 신학자 칼 라너는 말년에 “나는 교회를 믿습니다.”라고 말씀하셨고, 성녀 아빌라의 데레사는 “나는 교회의 딸입니다.”라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평생 교회 안에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고백을 하셨을까요? 칼 라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가톨릭 신학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분이셨지만, 교회 안에서 잘 이해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셨던 때가 있었습니다. 많은 가르멜 수도 공동체를 세우셨던 아빌라의 데레사도 그 순수한 의도를 이해받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고백을 하시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우리는 교회에 대한 신앙고백에서 두 가지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첫째, 교회를 믿는다는 고백은 사도신경이나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경 모두에서 “성령을 믿으며”라는 신앙고백문과 한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학자들은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교회에 대한 신앙이 근본적으로 성령께 대한 신앙 안에 있음을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는 성부의 뜻에 따라 성자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이 모든 시대에 모든 사람들 안에 실현되도록 하십니다. 교회는 구원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인 동시에 이 구원을 온 세상에 선포하도록 파견된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부께 나아가게 할 뿐 아니라,(에페 2,18 참조) 교회 안에서 교회를 항상 젊어지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며, 진리로 인도하시고, 친교와 봉사로 일치시켜 주십니다.(교회헌장 4항 참조) 교회를 살게 하시는 분은 성령인 것입니다. 그래서 교부들은 성령을 몸 안에서 영혼이 하는 일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교회와 성령의 관계를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경 모두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또 다른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경의 라틴어 원문에 보면 성부, 성자, 성령을 믿는다고 할 때는, ‘credo in Patrem(성부를 믿나이다)’처럼 그 앞에 전치사 ‘인(in)’을 사용합니다. 반면 교회라는 단어 앞에는 이 전치사가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신학자들은 이 점에 주목했는데, 교회를 믿는 것이, 성부, 성자, 성령을 믿는 방식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그분의 업적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며, 하느님께서 교회 안에 내리신 모든 선물이 하느님의 선에서 오는 것임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750항)

 

교회는 자신 안에 스스로 기초를 갖지 않습니다. 교회의 원천은 삼위일체 하느님이며, 교회의 삶은 성령께 의존합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교회를 믿는다’는 말은 ‘교회적으로’ 믿는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즉, 우리는 교회 안에서, 교회가 믿는 바를, 교회가 믿는 방식으로 믿는 것이며, 이는 교회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촉구하시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앙리 드 뤼박의 말처럼,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업적으로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으며, 교회가 하느님의 구원이 효과적으로 발생하는 장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2023년 8월 27일(가해) 연중 제21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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