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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26: 교회라는 말에 어떤 의미를 담으시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1 조회수245 추천수0

[가톨릭 신학26] ‘교회’라는 말에 어떤 의미를 담으시나요?

 

 

‘교회’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십자가, 성당 건물, 신부님, 수녀님 등등 다양할 것 같습니다. 아마 가장 인상적인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교회가 정말 좋아.’, ‘교회가 그러면 안 되지.’, ‘난 교회 때문에 힘들어.’ 등등을 말씀하신다면 그때 교회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도 각자의 체험이 그 단어에 들어 있을 것 같습니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나는 교회 ‘때문에’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와 ‘함께’ 고통받았습니다.” 이분은 교회라는 단어에 어떤 의미를 담으신 걸까요?

 

성경에는 교회를 가리키는 이미지들이 많은데, 양 우리, 양 떼, 하느님의 밭, 하느님의 집, 하느님의 거처, 거룩한 성전, 그리스도의 신부, 그리스도의 몸 등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 교회 역사에서 특별히 많이 사용한 것은 아마 ‘그리스도의 신부’와 ‘그리스도의 몸’일 것입니다.

 

한편 교회사에서, 교회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공식적 가르침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공의회는 <교회헌장>을 통해 교회가 누구인지, 교회의 사명은 무엇이고 누가 그 사명을 수행하는지, 그리고 교회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를 장엄하게 그리고 정말 아름답게 선언합니다. <교회헌장>은 성경에 나오는 이미지들 외에, 교회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으로 ‘하느님 백성’을 선택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 단어는(1베드 2,9 참조)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의 새로운 백성을 연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을 향해 광야를 걸어갔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을 향해 인간 역사 속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백성이란 단순히 평신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에 속했던 것처럼, 교황님도 주교님도 사제들도 하느님 백성에 속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의회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표현을 빌려, 하느님의 백성이란 ‘주교로부터 마지막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세례받은 사람들 전체’라고 선언합니다. 참고로 교황님은 ‘로마의 주교’이기도 하십니다.

 

‘백성’이라는 말은 교회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표현합니다. 저마다의 몫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성품성사를 통해 직무 사제로서 살고, 어떤 사람들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하느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일하며, 이 양쪽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수도 생활이라는 양식에 따라 살기도 합니다. 저마다의 몫을 하면서 ‘하느님의 한 백성’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백성에 속하게 된 것은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교회는 단순히 어떤 제도만도 아니고, 어떤 특정 사람들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닌,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신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2023년 9월 10일(가해) 연중 제23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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