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라] 천주교는 개신교 신자에게 성만찬 참여를 허락하는지요 성공회와 개신교 신자들은 가톨릭 미사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미사 때 성체를 영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만찬 이해 차이 때문입니다. 가톨릭은 7가지 성사를, 개신교는 2가지 성사 곧 세례와 성만찬만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7가지 성사 가운데 핵심이 되는 성사는 성체성사입니다. 개신교에서는 대체로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에 성만찬 예식을 거행합니다. 최근에는 한 달에 1번 성만찬 예식을 거행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 개념을 도입하여 주장한 미사 때 사제가 축성하는 빵과 포도주의 실체적 변화 이론이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년)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바뀐다는 ‘실체변화’(Transsubstantiatio) 교의로 확정되었습니다. 곧 겉은 빵과 포도주로 남아 있지만, 빵의 전 실체는 우리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로 변화되고, 포도주 술의 전 실체는 그분의 피의 실체로 변화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517년 교회의 전통보다는 ‘오직 성경’을 주장하면서 종교혁명을 단행한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실체변화 대신 빵과 포도주 안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함께 있다는 ‘실체공존’(Consubstantiatio)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네덜란드의 진취적 신학자들은 앞장서서 ‘의미변화’(Transsignificatio), ‘목적변화’(Transfinalisatio), ‘기능변화’(Transfunctionalisatio)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빵은 여전히 빵으로 포도주는 여전히 포도주로 남아 있지만, 성만찬의 빵과 포도주는 그 의미, 목적, 용도, 기능이 바뀌었다는 주장입니다. 오늘날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다른 그리스도계 교파에서는 상징의 개념을 도입하여 성만찬의 빵과 포도주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빵은 여전히 빵이요, 포도주는 여전히 포도주인 까닭에 실체의 변화는 없고 단지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친교를 맺어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만찬 이해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체변화’를 공식 교의로 받아들인 가톨릭교회는 개신교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시리아 안티오키아의 주교였던 이냐시오스는 110년경 그리스도를 전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안티오키아에서 붙잡혀 로마로 압송되어 맹수형을 받아 순교하셨습니다. 주교님은 로마로 끌려가던 중에 스미르나에서 로마 신자들에게 편지를 써 보내셨는데 그 편지에서 로마교회의 신자들이 자신을 위한 석방 운동을 하지 말고 자신이 맹수에게 잡아먹히도록 버려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청합니다. 불필요한 호의를 저에게 베풀지 마십시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놔두십시오. … 저는 하느님의 칼이나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 제가 죽었을 때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도록 맹수들이 제 몸의 어떤 부분도 남기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세상이 저의 몸을 볼 수 없게 될 때 저는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이 말씀은 밀이 바수어져 밀가루가 되고 빵이 되듯이, 자신도 맹수의 이에 갈려 바수어져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 곧 성체가 될 때 그리스도와 완전히 일치를 이루게 된다는 놀라운 영성입니다. [2023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원주주보 들빛 4면, 유충희 대철베드로 신부(둔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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