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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계시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07 조회수160 추천수0

[특별기고] 하느님의 계시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가?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하신 분들은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교회는 왜 변하지 않는 걸까? 언제까지 저토록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인가? 이제는 좀 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세계주교시노드를 앞두고 다섯 명의 추기경단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던진 다섯 가지 질문 중 첫 번째가 바로 이러한 의견에 대한 질문입니다. 질문을 직역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화적이고 인간학적인 유행의 변화에 따라 하느님의 계시가 과연 재해석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교황님께서는 “재해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구체화하십니다. 만약 이 단어가 “더욱 잘 해석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재해석”이 계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불가능합니다. 교도권과 세상이 “하느님의 말씀보다 위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교황님께서는 진리에 대한 하나의 정식이 고립되어 제시되는 것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십니다. 동일한 교의라 할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를 제시할 수 있으며 이는 “풍요로운 복음이 지닌 여러 측면들을 드러내고 펼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회는 하느님의 계시가 불변하고 언제나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을 상기해 왔습니다. 다만, 하느님의 계시는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회는 성서해석자들과 신학자들의 작업을 통해 이를 더욱 “잘” 표현하도록 애써왔습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은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한 계시이니 이를 지속적으로 식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다시 앞선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닫혀있는 듯한 교회, 변하지 않는 교회가 때로는 의문을 야기하지만 보다 더 원천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만약 교회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교회는 하느님이 임재하시는 하나이고 거룩하며, 보편된 교회가 아닌 그저 인간이 세운 공동체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계시가 유행에 따라 변화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진리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단순한 의심에서 나아가 하느님의 계시가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가 무엇이며 교회가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지, 어떠한 논리로 그것이 정당화가 되는지를 알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성행위, 낙태, 동성애 등과 관련한 여러 사회적 목소리들이 교회가 문을 열어야 하지 않냐고 다그치곤 합니다. 때론 구시대적 사고에 갇혀있다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교회는 문을 걸어 잠근 적이 없으며 오히려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알려주신 구원 목적을 향한 표지들을 변함없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만, 한 명의 어린양도 놓치지 않고자 더 나은 표지판이 있는지 겸손히 탐구할 뿐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표지판은 더욱 견고해지고 분명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가리키는 최종 목적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계시는 그 자리에 변함없이 존재합니다.

 

[2023년 11월 5일(가해) 연중 제31주일 서울주보 7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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