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44. 주님의 기도 ⑤ (「가톨릭교회 교리서」 2822~2827항)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 지킬 때 하느님을 만난다 - 페르디난트 호들러 ‘착한 사마리아 사람’.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서 하느님의 심장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분의 빛 속에서 살게 된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한국에 선교하러 와서 귀화한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가 「사랑이 밥 먹여 준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여기에 그분이 어떻게 예수님을 만났는지 사연이 나옵니다. 1992년 맑고 화창한 계절의 어느 날,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한 분이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종이에 적힌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 어둡고 덥고 냄새가 나서 몇 초 동안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바라보니 방바닥에 누워있는 50대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아저씨는 20대 시절에 사고로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어 그때부터 30여 년을 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식사는 이웃 사람들이 가져다주면 먹고 아니면 굶는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이 “아저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했더니, 방을 정리해달라고 했습니다. 방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고 요강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우선 요강부터 닦았습니다. 방 청소와 설거지를 한 후 다시 바닥에 앉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아저씨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아저씨는 흔쾌히 “네 신부님, 좋습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저씨를 안는 순간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구역질이 났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신부님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던 그 순간, 어떤 음성이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바로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예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이 만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 하느님의 뜻은 모든 이가 구원받고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2822 참조) 하느님의 뜻이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킬 때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지향으로 우리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의 뜻은 무엇일까요? 주님의 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합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처소이고 땅은 인간의 처소입니다. 다시 말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라는 뜻은 그리스도에게서처럼 인간에게도 이루어지라고 청하는 것입니다.(2827 참조) 부부 관계로 따지면, 그리스도는 신랑이고 그분의 교회인 우리는 신부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행하는 이는 신랑을 보듯 하느님의 얼굴을 봅니다. 결국 신랑과 신부가 한 몸이 되듯 하늘의 뜻을 따르는 이는 하늘을 품은 땅이 됩니다.(2827 참조)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 11,29)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뜻을 따르면서 자기 안에서 하느님의 심장을 품고 살아갑니다. 하와는 뱀을 바라봤고 뱀과 대화했고 뱀의 뜻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을 바라봅니다. 하느님의 뜻만을 바라보는 우리는 밤바다에서 오징어잡이 배의 빛을 따라 올라오는 오징어처럼 하늘의 빛을 품고 그 빛 속에서 살게 됩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3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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