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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38: 보편 사제직 (3) 어떻게 수행할까? 직무 사제직과는 무슨 관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3 조회수197 추천수0

[가톨릭 신학38] 보편 사제직 (3) : 어떻게 수행할까? 직무 사제직과는 무슨 관계?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공의회가 말한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고(로마 12,1 참조)”라는 말은 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감 탓일 수도 있지만, 뭔가 굉장히 힘들어 보이니 말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교회헌장에서 평신도의 보편 사제직 수행을 다루는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설명은 평신도이든, 수도자이든, 사제이든, 각자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그리스도께 봉헌되고 성령으로 도유된 사람들로서 놀랍게도 언제나 그들 안에서 성령의 더욱 풍부한 열매를 맺도록 부름을 받고 또 가르침을 받는다. 그들의 모든 일, 기도, 사도직 활동, 부부 생활, 가정생활, 일상 노동, 심신의 휴식은, 성령 안에서 그 모든 일을 하고 더욱이 삶의 괴로움을 꿋꿋이 견뎌 낸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이 되고(1베드 2,5 참조) […]”(교회헌장 34항)

 

여기에서 보는 것처럼, 보편 사제직은 어떤 특별한 경우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매 순간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심신의 휴식’까지도 말이지요. 그러니 죄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삶에서 보편 사제직의 수행이 불가능한 때는 없습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보편 사제직을 ‘실존적 사제직’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성령 안에서” 이 모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치는 것을 영적 제물이 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바치는 것들 자체가 아니라 바로 성령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거룩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안에서 하지 않는다면 영적 제물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보편 사제직의 수행과 직무 사제직의 수행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둘이 서로를 ‘향해 있다’고 가르칩니다. 다른 말로 하면 ‘호혜적 관계’인데요, 보편 사제직이 일상의 삶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직무 사제직은 하느님 백성이 보편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말씀의 선포와 성사의 거행을 통해서 봉사하는 것입니다. 물론 보편 사제직 또한 직무 사제직 수행에 봉사합니다. 아이들은 가정과 본당에서 주님의 기도를 비롯하여 기도를 배우고,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법을 익힙니다. 사제 성소를 받은 젊은이는 신학교에서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신자들에게도 신앙의 삶을 배우고, 신자들은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보편 사제직을 열심히 수행하는 신자들 속에 있을 때 사제들은 자신의 직무를 더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신자들 속에 있을 때, 물론 그 경우에도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겠지만, 직무 수행에 소홀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직무 사제직의 수행과 보편 사제직의 수행은 서로를 향해 있고, 서로를 지탱해 줍니다.

 

한편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하느님 백성의 활동은 성체성사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이는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성찬의 희생제물을 봉헌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은 일상의 삶에서 바친 영적 희생제물을 ‘사제와 함께, 사제를 통하여’ 하느님께 바침으로써 성찬의 희생제사에 참여합니다. 그러므로 미사 때 직무 사제직과 보편 사제직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러나 ‘함께’ 사제적 백성인 교회의 직무를 수행합니다.

 

[2023년 12월 10일(나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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