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두십시오”(1베드 3,15) 그리스도교의 핵심 가치는 단연 ‘사랑’이지만(1코린 13장 참조), 그렇다고 그리스도인을 ‘애덕인’이라 말하지 않고, 믿는 이, 곧 ‘신앙인’으로 부른다. 왜, 가장 먼저 믿음으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이루어져야, 그분께 무언가를 바라고, 또 그분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예비자 교리 6개월 받은 후에) 얼마나 하느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깨닫고 있는가? 누군가를 믿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앎과 신뢰가 선행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러니 하느님은 항상 우리 보다 먼저 행동하신다. 정말 그분은 우리와의 사귐과 친교를 위해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듯이”(『계시 헌장』 2)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의 모든 것을 알려주셨다. 사실 우리 모두는 교회로부터 신앙을 전해 받아, 믿음을 고백하고 신앙인으로 탄생했을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신앙인으로 계속해서 양육되고 성장해야 한다. 이는 주님께서 사도들을 통해 전해준 구원의 복음인 ‘신앙의 유산’을 가까이하고 배움으로써 가능하다. 신앙의 유산은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과 오늘날까지 신앙 교리에 관한 교회의 “확실한 나침판”(성 요한 바오로 2세)이 되어주고 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1965)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가톨릭 교회 교리서』(199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신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모든 신자에게 알리고자” 선포된 교회 교도권의 공식 문헌으로서 세례를 받은 모든 하느님 백성의 “신앙 교육을 위한 확고한 규범”이다. 특히 교리서 안에는 약 2천년 역사 동안 교회가 믿고, 받아들이고 지키고자 했던 성경과 교부들, 성인들 그리고 지난 공의회들의 소중한 가르침 등이 담겨져 있다. 또한 교리서의 구성은 신앙생활의 네 기둥, 곧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믿고(제1편-신경), 기념하고(제2편-전례), 실천하며(제3편-윤리) 그리고 어떻게 기도생활(제4편-영성)을 해 나가야 하는지를 충실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때문에 “신앙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가 이 교리서를 통해 “귀중하고 꼭 필요한 도움을”(『신앙의 유산』 4, 11)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고백처럼) “한 사람을 만나는 것”(『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이라면, 그리스도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처럼)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복음의 기쁨』 3)과 열정을 지닐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면에서 주님께서 전해주고 남겨주신 소중한 신앙의 유산이 담겨있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단지 훌륭한 ‘신앙 교과서’를 넘어서서 “교회 안에 살아계시는 분과 이루는 만남”(『신앙의 유산』 11)으로 인도해주는 ‘신앙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부디, 이 교리서를 통해 내가 무엇을 믿어야 하고, 또 내가 끝까지 품어야 할 희망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달아 큰 기쁨과 강한 확신에 찬 신앙생활로 나아가자! [2023년 12월 10일(나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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