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46. 주님의 기도 ⑦ (「가톨릭교회 교리서」 2838~2845항)
용서는 하느님 자녀 되기 위한 기본 자격 - 얀 반 헤메센 ‘매정한 종의 비유’.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 선물, 곧 성령이신 하느님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된다. 중국 쓰촨성의 한룽그룹 류한 회장은 재산 7조 원으로 전 세계 부자 순위 148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 경쟁자 여덟 명을 살해하는 등 열한 개의 죄목으로 조직원 네 명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는 사형을 기다리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며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2015년 2월 사형을 기다리며) 하느님의 본성은 사랑이요, 자비입니다. 용서는 하느님 본성의 가장 완전한 표현입니다. 하느님은 일치의 성령을 보내셔서 그 힘으로 우리가 서로 용서하기를 바라십니다. 서로 용서하지 않고는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용서하지 않으면 당연히 하느님 가족의 일원도 될 수 없습니다. 류한 회장도 용서하지 못해서 인류 공동체에서 추방당하였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더 큰 사랑이 요구됩니다. 주님의 기도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에 나타나는 “하오니”(하듯이, sicut)는 예수님께서 자주 쓰신 단어입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루카 6,36)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이처럼 “하오니”는 예수님 말씀 안에서 어떻게 하느님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이웃에 대한 용서의 마음은 하느님의 거룩함과 자비와 사랑, 그리고 그분의 나라에 “적극적인 참여”(2842)를 청하는 것이 됩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 용서의 힘입니다. 따라서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기 위해 기도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청해야 하는 은총은 성령입니다.(루카 11,13 참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갈라 5,25)이 모인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성령께서만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지셨던 똑같은 마음을 갖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용서의 일치는 가능하게 됩니다.”(2842) 그러므로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마태 18,35)라고 하신 말씀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용서는 하느님 가족 공동체에 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격이고 이를 위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용서할 힘도 주시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 선물, 곧 성령이신 하느님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됩니다. 따라서 기도로 성령을 청하되 그 첫 목적이 용서가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1만 탈렌트(약 6조 원)를 탕감받고도 백 데나리온(약 1000만 원)을 탕감해주지 못해서 영원한 벌을 받게 된 매정한 종과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마태 18,23-35 참조)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17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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