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주일,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날!” 가톨릭교회는 전례주년, 곧 한 해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활동을 기억하고 경축하는 것을 ‘자기 의무’로 여긴다. 특히 ‘주일 미사 참여’는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제3계명)는 계명을 바탕으로 신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중대한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교회법』 제1247조). 사실 주일(주님의 날)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적인 뿌리인 부활을 “매주 상기시키며 현재화시키는” 날로써 “그리스도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주님의 날』 75-76)이다. 주님 부활에 대한 체험과 선포로 복음 선포가 시작되고, 신약성경이 기록되며, 그리고 교회가 탄생할 수 있었다면,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은 그리스도인에게 “전례주년 전체의 토대이며 핵심”이자 “최초의 근원적인 축일”(『전례헌장』 106)이다. 때문에 성경과 교회 전승에 따르면,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 공동체는 주일을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날로 여기며(1코린 16,2; 사도 20,7-12 참조), 주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성찬례 거행을 위해 계속해서 주일 집회를 가져왔다(『디다케』 14,1). 이렇듯 주일 준수는 교회의 가장 오래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늘날에도 신자 공동체 모두는 주일에 하느님 말씀을 듣고, 성찬례에 참여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베풀어진 구원의 은총을 체험하며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된 이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로서 살아간다. 다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적지 않은 이들이 주일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점점 약해지며, 주일미사 참여율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라건대 주일 준수를 단지 고정된 계명을 지키는 일로 축소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왜 교회가 주일 미사를 의무로 규정해 놓고, “이 의무를 고의적으로 지키지 않는 사람”(『가톨릭 교회 교리서』 2181)은 중죄에 해당한다며 강한 어조로 말하는 ‘이유’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주일 의무는 신앙생활을 최소한도로 이어나가기 위한 필요성에 근거한다. 사실 주일 미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삶에 온전히 참여”(『주님의 날』 81)하기란 매우 어렵다. 일례로 코로나19로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가 중지되었을 때 떠올려 보라. 미사에 대한 ‘간절함’에서, 미사 없이 지내는 ‘익숙함’으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사 없이 지내는 ‘편안함’으로 너무나 쉽게 바뀌지 않았는가! 믿음의 대상은 하느님이시지만, 그 믿음을 얻고, 배우며, 그리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특히 신앙공동체 전체가 함께 모이는 주일 미사에 꼭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명 우리는 주일미사 참여를 통해 말씀과 성체의 놀라운 은총을 기반으로 동료 신자들의 기도와 영적 동반 그리고 형제애를 주고받으면서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라는 신자로서의 신원을 확인하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신앙을 보존하고 키워나갈 수 있다. 한 마디로 주일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날”(성 요한 바오로 2세)이다. 그러면, 우리가 주일을 지키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주일을 지킴으로써) 주일이 우리 신앙을 지켜주는 것일까? [2024년 1월 7일(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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