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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그리스도교의 인간 이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3 조회수79 추천수0

[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그리스도교의 인간 이해)

 

 

가톨릭 신자들은 낯선 지역을 가게 되면 먼저 주변 성당부터 찾아보곤 합니다. 그곳이 제법 유서 깊은 곳이라면 성당의 외관이나 내부 장식을 꼼꼼히 살펴보지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나 성스러운 조형물을 바라보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져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우리는 교회 작품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고 경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믿음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감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계시’(revelatio) 그 자체에 있습니다. 계시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는 신비입니다. 이 계시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형상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럽고 완전한 계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 아름다움에 대한 지각이 우리 실제 삶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감각 능력은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전 존재와 관련됩니다. 중세 신학자 보나벤투라는 인간 내부의 ‘고귀한 형상’(nobilis forma)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아름다운 길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사례를 위대한 예술가인 미켈란젤로를 통해 찾았습니다. 미켈란젤로는 거친 대리석 덩어리에서 하나의 형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형상을 조각으로 드러냈지요. 즉, 그는 그저 대리석 안에 있는 본래의 형상을 드러내기 위해 그 주변물을 ‘제거’했다고(ablatio) 합니다. 이미 대리석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형상이 숨어 있기에 조각가는 붙어있는 주변 대리석을 치워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 내부에는 각각 고귀한 형상이 주어져 있습니다. 인간 내부에 숨어 있는 형상은 하느님의 계시를 지각하게 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발견할 수 있게 합니다. 인간은 이러한 지각 능력을 바탕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 본질적인 형상을 찾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나벤투라 성인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붙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아름답고 고유한 형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불순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느님이 아닌 내 능력만을 돋보이게 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계시의 아름다움을 지각하고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것은 인간의 선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을 주관하는 결정적인 한 사람인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 만남이란 그리스도의 빛나는 얼굴을 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의 고통과 십자가를 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고단하고, 반복되는 삶은 피로합니다. 그러나 그런 고단함 속에서도 헌신할 때에 우리 안의 형상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인간과 예수 그리스도의 만남이 지니는 정당성입니다. 비록 고통과 어려움의 상황 안에서 상처받은 그리스도인일지라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을 발견하여 세상을 해방시키는 아름다움의 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2024년 1월 21일(나해)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서울주보 5면, 전인걸 요한보스코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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