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어린양의 털로 만든 팔리움 미사를 드리시는 교황님과 대주교님들의 제의를 보면, 보통 제의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제의 위로 어깨와 목 주위를 두르는 좁은 고리 모양의 흰색 띠가 있는 것입니다. 이 띠는 팔리움(pallium)이라고 부르는데, 주교 임무의 충실성과 법률적으로 부여받은 관구장의 권한을 상징하고 교황청과의 일치를 보여주는 외적 표지입니다. 팔리움은 양털로 만듭니다. 그렇다면 왜 양털로 만드는 것일까요? 그건 양이 지닌 성경적 의미 때문입니다. 양은 성경에서 가장 흔하게 봉헌되던 희생제물입니다(탈출 12,1-14; 29,38-39). 또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향해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라고 하였지요.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에게 양은 ‘희생’과 ‘속죄’의 의미를 지닌 동물이었습니다. 또한 양털로 짠 팔리움을 착용하는 것은 ‘목자가 되찾은 양을 어깨에 멘 모습’(루카 15,5)을 떠올려줍니다. 이로써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대리하여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권한과 임무를 드러냅니다. 팔리움은 폭이 4~6cm이며, 가운데가 원형으로 되어 있고 양쪽 끝은 가슴과 등으로 내려옵니다. 여기엔 여섯 개의 십자가가 새겨지는데, 정의, 용기, 절제, 예지라는 네 가지 덕행과 마르타의 활동적인 삶과 마리아의 관상적인 삶을 가리킵니다. 가슴과 등의 끝부분은 검정 비단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팔리움은 해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해 만듭니다. 우선, 팔리움을 위해 양털을 제공하는 양들은 보통 로마 성 밖의 성 바오로 대성전 인근에 있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사육됩니다. 그리고 교황은 해마다 성녀 아녜스 축일인 1월 21일에 어린양 두 마리를 축복합니다. ‘아녜스’라는 이름이 어린양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한 마리는 흰색 모포에, 다른 한 마리는 붉은색 모포에 감싸여 축복되는데, 각각 동정과 순교를 상징합니다. 축복된 양들은 베네딕토회 수녀들에게 보내지고, 양털은 성주간이 임박해 깎입니다. 제작된 팔리움은 6월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중에 축복됩니다. 얼마 전까지는 교황이 새 대주교들에게 직접 걸어주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부터 각 지역 교회에서 팔리움 수여식이 거행되도록 변경하였습니다. 이는 소속 교구민들과 이웃 주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함께 기쁨을 나누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6월 29일 바티칸에서 팔리움 축복식과 전달식만 거행됩니다. 오늘 축복되는 어린양의 털로 ‘그리스도의 멍에’를 쓰시는 목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번 한 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2024년 1월 21일(나해)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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