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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리 상식: 전화, 비대면 고해성사? 고해성사의 비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14 조회수83 추천수0

[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화로 고해성사 받고 싶은데, 왜 안 될까요?

 

실제로 교황청에는 1층과 2층을 전화로 연결하여 고해성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고해소가 있었습니다. 2층에 사제가 대기하고 있고, 1층에서 고해자가 수화기를 들고 고해를 보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교황청에 한때 존재했다는 이 고해 전화기(?)는 우리 집에 있는 전화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간에 통화 정보가 지나가는 기지국 등이 일절 없다는 것입니다. 중간에서 정보를 낚아채 통화를 엿들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이나 집 전화 등은 기술적으로 도청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누군가 통화 내용을 엿들으려고 해킹까지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지요. 왜 전화나 카카오톡을 통한 고해성사가 안 되느냐고요? 방금 말씀드린 맥락에서 고해성사 비밀 누설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약간의 편리성 향상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신부님을 직접 만나는 것은 부담스러운데, 만나지 않고 고해성사를 할 수는 없을까요?

 

고해성사는 홀로 잘못했음을 선언하고 빠져나가는 일방적인 창구가 아니며, 용서를 ‘청하고’ 동시에 ‘받으며’ 하느님과 화해하는 과정입니다. 고해성사야말로 그리스도와 직접 만나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제를 통해 직접 하느님과 만나고 마음이 움직이는 소통을 ‘인격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청혼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과정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청혼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더듬거리는 말로라도 자신의 마음을 직접 털어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일 테죠. 이렇게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직접 나누고 떨리는 목소리를 확인하며, 같은 장소의 분위기를 공유하는 ‘인격적’ 만남이 사랑 안에서는 항상 면밀히 이루어집니다.

 

고해성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죄를 인정하여 고백하고 그분과 화해를 이루는 과정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직접 나아가 그 과정을 밟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본당 고해소에서 맞은편 사람 고해 내용이 다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도청(?) 아닙니까?

 

신부님이 가운데 계시고 양쪽으로 고해자가 들어오는 구조의 고해소를 말씀하시는군요. 만약 맞은편 사람의 고해 내용이 다 들릴 정도로 설계가 잘못되어 있는 고해소라면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겠습니다. 교회는 고해소를 적절히 준비하여 고해자가 하느님께 자비를 입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동시에 사제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격적인 존중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고해소에 들어가셨는데, 맞은편에 계신 고해자의 고해 내용이나 해당 고해자에게 건네는 사제의 훈화 내용을 들었다면, 이를 고해 사제에게 밝히셔야 합니다. 고해 내용이나 훈화를 들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무엇을 들었는지도 밝히시면 좋겠습니다. 사제가 조처하게 될 겁니다. 다른 사람의 고해 내용을 듣는 순간, 여러분이 성직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고해성사의 비밀 유지 의무에 깊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므로, 절대로 이를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3월 10일(나해)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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