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성삼일 중에는 왜 종을 치지 않나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대영광송 후’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대영광송 전’까지 종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공백기 중에 흔히 ‘딱따기’(?)라고 부르는 나무 토막을 맞부딪히는 것으로 종을 대신했던 기억들이 나시리라 생각합니다. 관련 규정은 이렇습니다. “대영광송을 노래하는 동안 종을 친다. 이 노래가 끝나면 파스카 성야에 대영광송을 노래하기 전까지 종을 치지 않는다.”(≪로마 미사 경본≫ 321쪽, 주님 만찬 성목요일 7항) 이 기간 중 왜 종을 치지 않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평소에 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미사 내에서 치는 종에 국한하여 살펴 본다면,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자녀들을 위해 구원의 약속을 해주셨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실 때 하셨던 말씀이 선포될 때, 축성된 성체와 성혈이 거양될 때 종소리가 울린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되겠습니다. 그밖에 부활의 찬란한 기쁨을 알리기 위해 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활 성야 때 치는 종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예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부활을 기념하며 종을 친다면, 반대로 성삼일 중 왜 종을 치지 않는지는 명확해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재를 슬퍼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그에 따른 죽음을 상기하는 3일 동안 교회는 교회가 상중(喪中)에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종을 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카롤링거 왕조 시대인 750~887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입니다. 또한, 소위 ‘딱따기’ 사용을 통해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되새기기도 합니다. 종을 치지 않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본받아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멀리하며 검소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적극적인 행위이기도 한 것입니다. [2024년 3월 24일(나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서울주보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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