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성주간의 시작,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오늘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구원의 신비가 하나로 이어지는 성주간의 시작,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예로부터 교회는 성지를 들고 구세주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행렬을 거행하였습니다. 주님 부활 전 주일에 하는 이 행렬은 4세기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었고, 점차 동방 교회로 퍼져나갔습니다. 5세기 서방 교회에서는 주님 부활 전 주일을 ‘수난 주일’로 정하고 수난 복음을 봉독했는데, 9세기에 와서 ‘성지 행렬’과 ‘수난 복음 봉독’의 전통이 합쳐져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정착되었습니다. 성지(聖枝)는 원래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나 올리브나무 가지를 사용하지만, 기후 여건에 따라 다른 사철 푸른 나뭇가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나뭇가지는 1년 동안 보관했다가 이듬해 사순 시기 직전에 태워 재의 수요일 미사 때 신자들의 이마에 바릅니다. 축복한 나뭇가지를 들고 들어가는 것은 예수님께서 군중의 환호 속에 수난과 영광의 장소인 예루살렘에 입성했음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주님과 함께 수난의 길로 들어가고 그 길을 통해 부활한다는 믿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 미사는 입당 후 참회 예절 없이 ‘본기도’로 시작합니다. 제1독서는 이사야서에 나오는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50,4-7)이고, 화답송은 주님 수난에 대한 시편 22장입니다. 제2독서는 필리피서에 나오는 ‘그리스도 찬가’(2,6-11)입니다. 말씀 전례의 절정인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가 3년 주기로 반복되는데, 올해는 나해여서 마르코 복음이 봉독됩니다. 수난 복음은 원래 부제 한 명이 노래하였으나, 14세기 이후 북유럽에서는 역할을 분담한 세 명의 부제가 노래하여 연극적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이런 방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늘 미사의 감사송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잘 설명해줍니다: “죄 없으신 그리스도께서는, 저희 죄인을 위하여 수난하시고 부당하게 단죄를 받으셨으며, 십자가의 죽음으로 죄를 씻으시고 부활하시어, 저희를 구원하셨나이다.” 오늘 전례의 의미를 되새기며 거룩한 한 주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하도록 합시다. [2024년 3월 24일(나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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