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나는 천주교인이오! “나는 천주교인이오.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고자 할 따름이오.” 한국 천주교회 순교성인 김성우 안토니오는 순교하며 이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처음에 ‘서학’(西學)이란 학문으로 전래됐지만, 차츰 신앙으로 발전하여 교회를 이룹니다. 당시 교회에 탄압과 박해와 순교가 있었지만, 교세를 잃지 않고 신앙의 씨앗은 자라고 성장했습니다. ‘순교’를 의미하는 ‘martyr’는 ‘증언하다, 증거하다’라는 뜻입니다. 순교란 하느님을 증언하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말씀과 삶을 자신의 삶으로 증거하는 것입니다. 결국 순교는 목숨을 바치는 것 이전에, 신앙과 신앙인의 삶을 의미합니다. 요즘 교회를 찾는 사람, 신앙생활 하는 사람이 줄어들었습니다. 주일미사 참석자가 줄고, 성당에서 젊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으며, 이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누구도 적당한 해법을 가지지 않은 것 같고, 누군가가 제시하는 해법도 대다수는 경청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재작년 제 생애 첫 안식년 때 제가 공부했던 독일에 갔었고, 그때 제 독일 지도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이미 은퇴하신 지 꽤 된 노(老)사제시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학문을 연구하시는 교수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지기 직전 물어봤습니다. “교수님, 지금 우리 교회가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저의 갑작스럽고 포괄적인 질문에 교수님은 마치 미리 준비하셨던 것처럼 바로 답하셨습니다. “우리 교회는 더 가난해져야 합니다!” 우리보다 교회의 위기를 먼저 겪었던 독일과 유럽 교회 사정을 잘 아시고, 현재 가톨릭교회의 어려움도 잘 아시는 교수님의 답변은 짧지만 명확했습니다. 지금 교회는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지난 2천 년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여유롭고, 다양하고 화려한 정신적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위기를 겪는 우리 교회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처럼 가난하게 살아야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신 예수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살아야 합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교회는 가난해서 망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망해서 가난해 본 적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교회, 성직자와 수도자들, 그리스도인들은 더 가난해져야 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마음의 가난’이란 하느님만으로 충분한 삶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고, 성모님의 삶도 그러했으며, 순교자들도 그러했습니다. 하느님만으로 충분한 사람이 늘어난다면 교회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자신의 신앙을 삶으로 ‘증언’하고 ‘증거’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자신이 천주교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천주교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관장이 저에게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 우리 종교는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 주오.”(1846년 8월 26일 김대건 신부가 페레올 주교에게 쓴 옥중 편지의 일부) [2024년 4월 14일(나해) 부활 제3주일 서울주보 5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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