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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교리: 연옥, 하느님 사랑을 깨닫는 정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16 조회수52 추천수0

[생활교리] 연옥, 하느님 사랑을 깨닫는 정화

 

 

가톨릭교회는 죽음 이후에 주님의 정의롭고 자비로운 사랑의 심판에 따라 ‘하늘의 행복’ 혹은 ‘영원한 벌’이 주어짐을 선포하며 동시에 연옥(purgatorium), 곧 ‘마지막 정화’가 있음을 가르친다(『교리서』 1022 참조). 사실 세례를 통해 하느님 안에서 새로 거듭난 우리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적 허물과 나약함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충만한 기쁨에 이를 때까지 돌아봄 속에서 정화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죽음 이후에 하느님과의 최종적인 만남에서 “우리 자신을 숨겨 두었던 가면들이”(로핑크) 벗겨지고, 지나온 삶의 모든 일이 하나에서 열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완전히 드러난다면, 그 누가 떳떳하게 하느님 앞에서 셈을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믿는 이들은 마치 아담이 자신이 범한 죄가 하느님 앞에 벌거벗은 것처럼 드러나 숨어 버렸던 것처럼(창세 3,8 참조), 지우고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의 일과 기억에 결코 고개만 떨굴 필요가 없다. 왜,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은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듯, 하느님과의 만남 준비인 정화는 이 땅에서 완전히 충족되지 못했다면, 죽음을 넘어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연옥은 ‘지옥의 전단계’ 혹은 ‘반(半)지옥’이 아니라 “영원한 구원에 이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죽음 · 심판 · 지옥 · 천국』 38)이다. 사실 한자어 연옥(煉獄)은 ‘불의 감옥’이란 뜻인데, 이 말은 그렇다고 ‘지옥 벌’이 아니라, 정화-변화를 상징하는 ‘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곧 연옥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속에 죽어 영원한 구원을 보장받았지만, 천국에 이르기 위해 아직 완전히 정화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교리서』 1030 참조). 그러니 연옥은 일종의 ‘지옥의 전단계’가 아니라 ‘천국의 전단계’이다. 이점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불을 통하여 분명 고통스러운 변화를 거치면서 우리는 그분의 눈길, 그분 마음이 어루만져주시는 치유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축복받은 아픔입니다. 그분 사랑의 거룩한 힘이 불길처럼 우리를 뚫고 지나가 온전한 우리 자신 그리하여 온전한 하느님의 사람이 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희망으로 구원받은 우리』 47).

 

연옥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살아있는 신앙인들은 기도, 특히 미사를 통해 죽은 이들이 정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성인들의 통공’ 고백에서 드러나듯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 모든 신앙인은 심지어 죽음을 넘어서도 서로 분리됨 없이 긴밀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억하자! 믿는 이들이 ‘오늘’ 서로를 위해 함께 사랑하고 기도하는 일은 결코 죽음과 더불어 끝날 수 없다. 그러니 하느님과의 복된 만남을 위해 정화중에 있는 영혼들은 홀로 외로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나-너-우리 신앙 공동체 영적 동반 속에 우리와 함께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연옥을 생각할 때 두려움보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빨리 깨달아야”(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하지 않을까!

 

[2024년 5월 12일(나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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