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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체 성혈 대축일 특집: 거룩한 성체 · 성혈이 우리에게 오는 여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6-04 조회수30 추천수0

[성체 성혈 대축일 특집] 거룩한 성체 · 성혈이 우리에게 오는 여정


성찬례로 오시는 그리스도, 정성스럽게 빚어낸 주님의 몸과 피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2-24 참조)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식탁 위에서 세우신 성체성사는 오늘날까지 그리스도인 신앙의 중심에 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결합함으로써 복음화 사명을 수행할 영적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찬례를 통해 현존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성체와 성혈이 빚어지는 거룩한 여정을 소개한다.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초기교회에서 신자들은 집에서 만든 빵을 예물로 바쳤다. 이후 서방교회에서는 누룩 없는 빵을, 동방교회에서는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 빵을 성체로 사용했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교회법」 제926조는 “사제는 성찬 거행 때에 어디서 봉헌하든지 라틴교회의 옛 전통에 따라 누룩 없는 빵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다. 또한 “빵은 순수한 밀가루로 빚고 새로 구워 부패의 위험이 전혀 없어야 한다”(제924조 2항)고 명시한다.

 

성체로 축성되는 빵을 ‘제병’(祭餠, Host)이라 하는데 이 말은 ‘희생’, 즉 우리의 희생 제사이신 그리스도를 뜻하는 라틴어 ‘Hostia’에서 유래한다.

 

밀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병에는 반드시 글루텐이 포함돼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영성체 형태에 관한 규범을 통해 “글루텐이 전혀 없는 성체는 성찬례 거행에 사용할 수 없지만 저(低) 글루텐(부분적으로 글루텐이 없는) 성체는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글루텐이 들어간 성체를 모실 수 없는 셀리악병(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서 발생하는 질환)을 앓는 신자는 포도주의 형태로만 영성체를 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서 제병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관상수도회인 가르멜수녀회다. 은수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체가 될 제병을 빚는다. 밀가루와 물, 단출한 재료로 완성되는 제병이지만 수도자들은 정성을 다한다.

 

손을 깨끗이 씻으며 몸과 마음을 정리한 뒤 시작하는 작업. 밀가루와 물을 반죽기에 넣고 돌려 완성된 반죽은 제병기에서 동그란 모양으로 구워낸다. 이후 제병을 하루 동안 눅임장에 뒀다가 기계로 자른다. 자르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해 습기를 넣는 작업을 하는 것. 동전 크기로 잘려 나온 제병 중 깨끗한 것을 골라내는 작업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자투리도 버리지 않는다. 달걀과 소금, 설탕 넣고 반죽해 구워 과자로 만든 뒤 은인들에게 나눈다. 한국교회 제병은 모두 우리밀로 제작된다.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피의 잔

 

성찬 전례에서 성체뿐 아니라 포도주도 의미가 크다. 성체성사를 통해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해 흘리시는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성사적 표시이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에 참여하고 그분 안에 머무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사 때마다 모시는 거룩한 성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대 위에 올랐을까?

 

포도는 여름에 고온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지중해성 기후에서 양질의 상품이 생산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일반 포도주는 맛과 풍미를 위해 해외에서 들여온 포도주와 섞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사주는 국내산 포도를 100% 사용해 만든다. 국내에서 미사주를 만드는 곳은 경산 롯데주류 공장이 유일하다. 이곳은 일조량이 높고 토양이 좋아 국내 최고의 양조용 포도 생산지로 꼽힌다.

 

1970년대 이전에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미사주를 구입해 사용했던 한국교회. 배송 중 상하거나 깨지는 일이 잦아지자 주교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와인을 사용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에 견본을 보낸다. 이때 보낸 와인이 마주앙이다. 국내 최초 국산 와인인 마주앙은 ‘마주 앉아 즐기다’라는 뜻의 ‘마주안’에 ‘앙’을 붙인 한국말이다. 교황청의 승인을 받고 1977년부터 미사주로 쓰인 마주앙은 '미사주로 사용하는 포도주는 첨가물 없이 자연 발효된 포도주여야 된다’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숙성시키는 과정이나 생산에서 일반 와인보다 까다롭게 다뤄진다.

 

미사주로는 적포도주와 백포도주가 모두 쓰인다. 예수가 행하신 당시 관습대로 적포도주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미사주로 쓰였으나 16세기부터 성작 수건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백포도주가 널리 이용됐다. 상대적으로 성작 수건에 물든 표시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 미사주로 쓰이는 백포도주는 경북 의성에서 계약 재배하는 세이벨 품종으로 만든다. 프랑스 원산 품종을 일본에서 개량한 것이다. 적포도주는 경북 영천 지역에서 생산되는 MBA 품종을 쓴다. 이 품종은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미사주는 포도를 수확해 과육·껍질 분리, 압착, 효모 주입, 여과를 거친 후 1~2년 숙성을 거친다. 공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숙성통에서 포도주를 조금씩 따라내 품질을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 축복. 매년 8월 포도가 수확될 때면 공장 강당에서 축복식을 거행한다. 일반 ‘마주앙’과 달리 미사주에는 한국교회가 인정한 ‘미사주’가 표시돼 각 본당으로 유통된다.

 

[가톨릭신문, 2024년 6월 2일,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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