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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6-26 조회수27 추천수0

[가톨릭 신학]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유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하느님께서는 모든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어린 시절부터 필요한 것을 하느님께 청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저의 기도를 바로바로 들어주셨습니다. 이토록 신속하고 빨리 기도를 들어주신다니! 너무나도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느님이 항상 즉각적으로 모든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들어주기도 하셨고 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기도를 들어주기도 하셨습니다. 특별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는 아픈 경험을 겪으며 하느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께 애정을 담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왜 하느님을 믿습니까? 왜 성당에 나오십니까?” 여러 답을 해주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당에 오면 마음이 편해져서요, 하느님이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니까요, 자연스럽게 신앙을 가져서요, 하늘 나라에 가야 하니까요.” 맞습니다. 모두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욱더 본질적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올바로 알지 못한다면 하느님은 오직 ‘나의 편의를 위한’ 하느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나의 문제가 기도로 해결되지 않으면 금방 하느님께 등을 돌리거나 원망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필요할 때만 하느님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베르나르도 성인은 《신애론》에서 사랑의 등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가장 낮은 첫 번째 등급은, “자신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지요. 두 번째 등급은 “자신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의 기도를 위해, 나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을 믿는다면 이는 그리 높지 않은 등급의 사랑입니다. 세 번째 등급은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크고 놀랍다는 것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는 현재의 삶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잘 실천하면 네 번째 등급에 이르게 되는데,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죽음 이후 하느님을 마주하며 느끼게 되는 가장 높은 등급의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사랑의 등급은 어디쯤인지요. 우리는 나의 편의나 즐거움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창조주이시며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인 지극히 거룩하고 완전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그렇게 사랑할 때 우리의 믿음은 굳건해지고 삶은 더욱 투명해지며 활력 있게 됩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뜻과 움직임을 살펴보고 확인하게 되며 구원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주어집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식보다 더욱 좋은 방식으로 모든 기도를 들어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때로는 하느님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그분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희망, 사랑을 갖는 것. 이것을 교회는 향주덕, 주님을 향한 덕이라고 부릅니다.

 

[2024년 6월 23일(나해) 연중 제12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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