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성수(聖水, Aqua benedicta) 가톨릭 신자들은 성전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습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크게 낯설었던 일들 중 하나가 성수대에서 성수가 치워진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성수는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사제가 축복한 물입니다. 특별히 성수는 오염되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되도록 축복할 때 소금을 넣곤 합니다. 성경에서 물은 크게 세 가지 신학적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물은 생명의 기원으로서 모든 생물의 다산과 풍요에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둘째, 물은 죽음의 상징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육상 동물에게 물의 범람은 치명적인데, 노아의 홍수 이야기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셋째, 물은 정화의 수단입니다. 더럽혀진 몸과 의복을 닦아내는 물은 죄를 씻어내는 영혼의 정화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생명수로서의 물(시편 104,10; 집회 24,25-27; 에제 47,1-12; 마르 9,41), 죽음과 단죄로서의 물(창세 7장; 시편 124장), 정화수로서의 물(시편 51장, 에제 36,25-27; 마르 7,2-4; 요한 13,1-15)은 전례에서 사용되는 성수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음으로써 주님 앞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에 방해되는 죄스러움과 악마에게서 벗어나 정화됩니다. 또한 세례 때의 은총을 다시 되새깁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또는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바칩니다. 성수는 여러 축복 예식에서도 사용됩니다. 다만, 성수와 세례수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성수는 미사 때 또는 미사 밖에서 축복되지만, 세례수는 세례성사 전이나 파스카 성야 미사 중에 축복됩니다. 그 축복 기도의 내용도 다릅니다. 또한 성수에는 통상적으로 소금을 넣지만, 세례수에는 소금을 넣지 않습니다. 세례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자연수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전에 들어가기 전, 성수를 찍고 성호를 그으며 ‘정화’와 ‘새로 남’이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주님 앞에 나서는 마음을 더욱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4년 8월 25일(나해) 연중 제21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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