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함께 “교리 문해력” 높이기 (28)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 – 주님 공현 제 출신 본당인 철원 성당의 ‘주보(명)’(Titulus, 主保名)는 ‘주님 공현’입니다. 참고로 지난 2024년 3월에 성당 명의와 주보명에 관한 지침이 나오면서 저도 그동안 헷갈리던 것들이 많이 해결되기도 했었는데, 모든 성당은 고유한 주보명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본당의 주보 성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본당의 수호자(수호성인)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성당의 이름인 주보는 성인뿐 아니라 하느님의 위격들도 사용할 수 있기에 죽림동 성당의 ‘예수 성심’이나 철원 성당의 ‘주님 공현’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이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학교 1~2학년 시절 주임 신부님께서는 성당 마당이나 식당에서 교우들과의 술자리를 자주 하셨었는데, 자주 농담 삼아 ‘우리 성당은 주님 공현 성당이니까 주(酒)님이 늘 드러나셔야 한다’며 술을 권하시곤 하셨습니다. 모두가 잘 아시겠지만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온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설명하는 주님 공현은 단순히 동방 박사의 경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공적으로 드러냄’ 의 의미를 가진 주님 공현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의 메시아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세상의 구원자이시라는 것”(가톨릭 교회 교리서 528항)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 바치는 성무일도 기도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오늘 세 가지 기적으로 이날을 기념하였도다. 별이 박사들을 구유에로 인도하였고, 혼인 잔치에서 물이 술로 변하였으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도다”(제2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 곧 동방 박사들의 경배와 더불어 주님의 세례와 카나에서의 첫 기적 또한 주님 공현이라는 것입니다. 이방인들이었던 동방 박사들이 유다인의 왕, 메시아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께 경배함으로써,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 백성들만이 누리던 것들을 많은 이방인들이 함께 누리게 될 수 있게 되었음이 드러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28항 참조).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은 조건에서 사심으로써 모든 사람이 삶의 가장 일상적인 부분에서 예수님과 일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나자렛에서의 감추어진 생활(가톨릭 교회 교리서 533항 참조)을 지나 예수님께서는 세례로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이때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고,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마태 3,13-17 참조)이라는 선포가 들려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함께 드러나는 이 세례의 장면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스라엘의 메시아요 하느님 아들로서 드러난 예수님의 공현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35항). 예수님의 공생활 중 삼위께서 모두 나타나신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거룩한 변모입니다. 세례 때와 같이 성부께서는 목소리로, 성자께서는 거룩하게 변모한 인간으로, 성령께서는 빛나는 구름으로 나타나셨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55항). 우리 모두를 구원하실 참된 메시아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거룩한 변모 사건 안에서 당신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내시며 우리 모두에게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오심을 미리 맛보게 하여 주시고 그분을 따라 수난과 부활의 길을 가도록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QR코드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이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교리서 225~245쪽, 522~570항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024년 10월 13일(나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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