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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상 안에서의 교회문화: 포도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30 조회수39 추천수0

[일상 안에서의 교회문화] 포도주

 

 

와인으로 대표되는 포도주는 가톨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술입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서는 노아가 처음으로 포도를 재배해 포도주를 빚어 마시고 취했다(창세 9,20-21 참조)는 일화를 기록하고 있고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장 참조)에서 하신 첫 기적의 대상이자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위에서 건네지는 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중세 때부터 포도주 생산을 주도한 것은 수도원이었습니다. 기도와 노동으로 봉헌의 삶을 살던 수사들은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하는 일이 주된 일과였습니다. 토양과 기후에 맞는 품종을 개량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의 포도 재배와 포도주 양조 기술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유럽의 유명한 와인 브랜드들의 뿌리는 수도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두각을 나타낸 베네딕도회와 시토회는 지금도 유럽을 비롯한 미국, 칠레 등에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포도주를 만든 사람도 한국천주교회 순교자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복자 윤유일 바오로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에 성직자를 모셔 오는데 힘쓴 순교자입니다. 1789년 10월 중국을 오가는 상인으로 위장한 윤유일은 북경에서 구베아 주교를 만나 조선에 사제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한 파견 약속과 함께 필요한 준비로 미사에 필요한 도구들을 비롯해 포도나무 묘목과 포도 재배법, 포도주 제조법을 배워왔습니다. 그 후 중국에서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들어와 1795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우리나라에서 첫 미사가 봉헌되었는데 이때 윤유일이 재배해 담근 포도주가 미사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1900년에 경기도에 파견된 파리외방전교회 앙투안 공베르 신부가 지역 주민들의 가난을 해결하고 미사 때 사용할 포도주를 마련하기 위해 프랑스로부터 포도 묘목을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미사주로 사용하는 전용 포도주는 롯데주류에서 생산하는 ‘마주앙’으로 교회법(924조 3항)에 따라 다른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순수 포도만으로 빚어집니다. 교황청의 인증을 받아 미사주용으로만 별도 생산되는 것이기에 일반 소매점에서는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포도주는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상징합니다. 포도주잔을 들 때마다 이를 상기하면서 주(酒)님(?)을 모시면 좋겠습니다.

 

[2024년 10월 27일(나해) 연중 제30주일 대구주보 4면, 교구 문화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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