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보편 지향 기도 주일 미사에서 신앙고백(신경)이 끝나면 보편 지향 기도가 이어집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에서는 “시대의 변천으로 없어졌던 어떤 것들도 적절하고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 교부들의 옛 규범에 따라 복구되어야 한다.”(50항)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천여 년 이상 미사 전례에서 잊혔다가 복구된 기도가 있는데, 바로 보편 지향 기도입니다. 초세기 문헌에서는 이 기도가 “공동 기도”(oratio communis) 또는 “신자들의 기도”(oratio fidelium)라고 나옵니다. 공동 기도는 신자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기도라는 뜻이고, 신자들의 기도는 과거 말씀 전례가 끝나면 예비자들은 돌아가고 ‘세례받은 신자들만’ 남아서 이 기도를 바쳤기에 붙은 명칭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보편 지향 기도라는 명칭이 통용됩니다. 이 기도가 다시 복원된 이유는 모든 신자가 인류 구원을 위해 기도하시고 당신 자신을 구원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고 이웃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인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신자들이 주체가 되어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는 신자들이 단지 전례에 수동적으로만 참석하는 게 아니라 대사제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세상 구원에 힘쓴다는 보편 사제직의 특성을 드러냅니다. 보편 지향 기도와 관련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하느님을 향한 간청 : 이 기도는 직접 성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이며, 성자 그리스도께는 기도의 중재를 요청합니다. 성모님과 성인들은 기도의 중재자이기에, 그분들에게는 이 기도를 바치지 않습니다. 또한 이 기도의 목적은 하느님께 은총과 자비를 구하는 것이기에, 그 성격은 청원 기도입니다. ② 보편적 선 : 이 기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보편적 선입니다. 때로는 지향이 미사에 모인 사람이나 지역교회에 관한 것일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성격은 세계적이고 보편적입니다. ③ 교우들이 바침 : 몇몇 봉사자가 바치는 기도에 교우들은 “아멘.”이 아니라,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라고 응답합니다. 이로써 모든 이가 기도의 주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또한 “주님, 사랑을 베풀어주소서.” “주님, 이 백성을 기억하소서.” “생명이요 부활이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위령 미사 때)라고 응답할 수도 있습니다. 보편 지향 기도는 일반적으로 ① 교회, ② 위정자와 세상 구원, ③ 도움이 필요한 이들, ④ 지역 공동체를 위하여 바칩니다. 물론 견진, 혼인, 장례 때처럼 특별한 미사에서는 기도 지향을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는데, 이때도 최소한 보편적인 내용이 한 가지는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주례 사제는 보편 지향 기도의 시작에 간단한 말로 신자들이 기도하도록 권고하고, 마지막에는 끝맺는 기도를 바칩니다. 모든 이는 일어선 채 이 기도를 한마음으로 바칩니다. [2024년 11월 3일(나해) 연중 제31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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