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평신도 주일 오늘 연중 제32주일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68년 정기 총회에서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를 승인하고, 대림 제1주일을 ‘평신도 사도직의 날’로 정하였습니다. 이후 1970년부터는 날짜를 연중 제33주일로, 명칭을 ‘평신도 주일’로 바꾸었다가,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정함에 따라 연중 제32주일에 ‘평신도 주일’을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평신도(平信徒)는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백성으로서, 성품과 수도 신분에 속하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신자입니다. 다시 말해,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하느님 백성으로 구성되며,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봉사직)에 참여하는 이들입니다. 평신도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라이코스] (λαικος)는 3세기 이후 교회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특히 19세기와 20세기 초의 많은 저술에서는 평신도라는 용어가 ‘속되다.’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프랑스 혁명(1789~1799)를 기점으로 교회를 거부하는 반성직주의와 세속주의가 널리 퍼진 데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이해에 맞서, 신학자 콩가르 추기경(Y. Congar, 1904~1995)은 교회 안의 평신도 역할을 연구하면서 [라이코스]라는 단어가 속되다는 의미를 지니면서도 이교 백성에 반대되는 거룩한 하느님 백성을 의미하는 [라오스] (λαός)에서 유래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은 ‘평신도의 본질과 사명’에 분명히 언급합니다: “평신도들에게는 세속적 성격이 고유하고 독특하다. … 평신도들의 임무는 자기 소명에 따라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평신도들이 특별히 하여야 할 일은 자신들과 긴밀히 연결되어있는 모든 현세 사물을 조명하고 관리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일이 언제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발전하여 창조주와 구세주께 찬미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31항). 또한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평신도 사도직의 소명과 목표, 분야와 형태, 준수해야 할 규범과 이를 위한 양성에 관하여 설명합니다. 그리고 1987년에 열린 제7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는 평신도라는 주제를 더 심도 있게 다루었고, 그 후속 문헌으로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들 문헌의 공통점은 평신도의 신원과 사도직 활동을 다루면서 그 역할과 가치를 더 깊이 인식하고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하는 평신도는 수동적으로 성직자나 수도자만을 바라보며 그 지시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에 따라 하느님 백성 전체와 협력하면서 교회의 삶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들입니다. 이를 위해,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꾸준히 기도하며 교회 가르침을 배우고 성체성사에 자주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모든 평신도가 친교를 이루고 주님의 말씀을 힘차게 전하며 세상에 사랑으로 봉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4년 11월 10일(나해)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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