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함께 “교리 문해력” 높이기 (33)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 본당에 있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우편물들을 받습니다. 교회의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보내는 홍보물이 참 많은데 그 가운데에는 우편 봉투부터 뭔가 쎄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교회 내의 여러 사이비 단체에서 보낸 책자들입니다. 대부분 신부님들은 표지만 봐도(물론 요즘엔 표지만 봐선 이상한 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책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함을 느끼기에 곧바로 버리시지만 공부한 과목의 특성상 사이비나 이단들이 뭔 소리를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 그런 책들이 올 때마다 훑어보게 됩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 대부분은 성모 발현이나 성령의 은사를 통해 계시를 받았다거나 재림 예수를 주장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가 교회의 많은 가르침들 가운데 종말론과 성령론, 마리아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 끝날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다시 오시는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가르침은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에게 선포하신 내용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다시 오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시’에 강조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심’과 완성에 강조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광스럽게 된 육신과 함께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이시기에 그분은 ‘다시’ 인간의 육신을 취하시어 이 세상에 오실 이유가 없습니다.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 미래의 모든 인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죄를 용서하셨기에 ‘다시’ 인간으로 죽음을 당하실 이유가 없으며, 하느님께 대한 계시를 이미 완성하셨기에 ‘다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려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한 인간의 구원에 있어 교회는 ‘단 한 번’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합니다. 재림에 대한 교리는 먼저 승천하신 예수께서 우리를 떠난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함께하심을 강조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인 교회의 머리”이시며 하늘에 오르셨지만 지상 교회 안에 머무르십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69항).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기에 지상에 남아 있는 우리는 이미 ‘마지막 때’를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70항). 다만 아직 하느님 나라가 완성된 것은 아니기에 악의 뿌리는 사라졌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악의 세력의 유혹 속에 이 세상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오시어 모든 악의 세력이 하느님께 굴복하고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신 대로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는 거짓 예언자들, 거짓 그리스도가 나타납니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세상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매혹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을 때에도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을 비롯한 많은 유다인들은 오히려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기까지 했기에, 우리들도 그러한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재림은 시간을 초월한 하느님께서 이 세상의 시간과 만나는 종말의 때에 이루어지는 세상의 완성입니다. 우리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인간적인 어떤 성공이나 영광과 함께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닙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75~676항).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늘 깨어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QR코드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이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교리서 289~295쪽, 668~682항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024년 11월 17일(나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