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종말이란? =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신학생 시절 참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거부감 드는 단어 중 하나가 ‘종말’이었습니다. ‘종말’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막연하게 느껴지기에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말 같았습니다. 종말이란 무엇일까요? 요한묵시록 가장 마지막 장에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22,13)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이라는 그리스어가 ‘에스카톤’(ἔσχατον)이고, 이 단어를 ‘종말’이라 번역합니다. 사실 종말의 그리스도교적 의미는 ‘목적’, 즉 세상 구원과 완성, 결국 구원 경륜을 의미합니다. 구원 경륜(救援經綸, οἰκονομία, economy)이란 창조부터 종말에 이르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 구세사입니다. 구원 경륜에서 하느님은 창조주(=시작)이시고 동시에 구원자(=완성, 종말)이십니다. 창조로 시작된 하느님의 역사는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이루어지는 종말 때에 마침내 완성됩니다. 묵시록에서 말하는 “새 하늘과 새 땅”(21,1)은 새 창조, 즉 첫 창조의 완성을 의미하는데, 이는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것”(21,2)입니다. 종말, 즉 구원의 모습은 하느님께서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입니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21,5) 구원의 역사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역사이고,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통합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생명을 주셔서 잠시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후 다시금 새 생명을 얻게 되고, 예수님 재림으로 이어지는 종말 때 영원한 생명에 참여합니다. ‘재림’은 그리스어로 ‘파루시아’(παρουσία)인데, 이는 παρ(옆에) + ουσία(존재, 하느님)를 뜻합니다. 그리고 재림 혹은 ‘대림 시기’를 뜻하는 라틴어는 ‘아드벤투스’(adventus)인데, 이는 ad(~쪽으로) + ventus(오다), 즉 ‘우리 쪽으로 오시다.’라는 뜻입니다. 종말이나 재림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천사가 알려준 예수님 이름인 ‘임마누엘’[immanu(우리와 함께) + El(하느님)]의 뜻이 완전하게 실현되는 순간이 재림이고 종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과 함께할 수 있을까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예수님이 알려주신 방법은 회개와 복음입니다. ‘회개’란 하느님을 향하는 것, 하느님께 고개를 돌리는 것입니다. 회개와 가장 비슷한 의미가 신앙입니다. 복음이란 복된 소리, 구원을 가져다주는 말씀, 즉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예수님의 모든 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예수님 말씀을 잘 듣고, 그리스도의 몸을 정성스럽게 모시는 것이 바로 회개이고, 복음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길, 진리, 생명이십니다. [2024년 11월 24일(나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5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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