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에서의 교회문화] 시계 교회 전례력으로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아마 무심히도 흘러가는 시간이 아닐까요? 아무도 그 속도를 늦출 수도, 높일 수도 없는 것이 시간입니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이뤄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합니다. 이 시계의 발명에도 우리 교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해시계를 사용한 기록이 구약성경(2열왕 20,9-11 참조)에도 등장하듯 기원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물시계, 양초시계도 있었지만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다가 8세기경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루이프랑(Luiprand) 신부에 의해 모래시계가 유럽에 전해졌는데 비교적 일정한 시간을 잴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바다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몇 안 되는 믿을 만한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스도교 초대 교부이자 교회 학자인 예로니모 성인이 모래시계를 항상 곁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원 종을 울릴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데 종소리 경보 장치가 발명된 이후 순수 기계식 시계가 개발되었습니다. 추를 동력으로 하던 초기의 기계식 시계는 탑 형태로 건설되었는데 훗날 교황 실베스테르 2세가 된 오리야크의 제르베르가 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14세기 영국의 세인트올번스 수도원장 리처드는 최초로 태엽장치 시계를 설계해 수도원에 설치했습니다. 이 시계는 시간만이 아니라 월식도 정확하게 잴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교회가 시계 발명에 열의를 보인 까닭은 바로 기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무일도를 바치는 수도자들은 종을 울려 기도 시간을 알렸고, 이 종소리에 마을 주민도 시간을 알았으며 함께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시계를 의미하는 클락(Clock)이 종이란 뜻의 라틴어 클로카(Clocca)에서 온 것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모든 시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자 노력했던 신앙인들의 마음들이 담겨 있는 시계, 매 순간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시계를 바라본다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그날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알찬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2024년 11월 24일(나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대구주보 4면, 교구 문화홍보국]
|